홍익시디 프린트실 아카이브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7층의 중심에는 많은 학우들이 애용하는 프린트실(R713)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 홍익시디 소식지 9월호에서는 프린트실장 두 명의 인터뷰로 역대 프린트실의 발전과정의 부분과 현재 프린트실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작은 에피소드들에 대해 담아보았습니다. 또한 여러 장비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적절한 사용법과 조언을 담아 학우들의 프린트실 사용을 독려하고자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영은
작년 2학기부터 시작해서 1년 동안 프린트실* 실장을 맡은 김영은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휴학중)

시원
지난 학기부터 1년동안 프린트실 실장을 맡은 이시원이라고 합니다.

* 학과 상징체계 변경으로 프린트실의 명칭이 출력실로 바뀌었지만, 학우분들의 이해를 위해 프린트실로 표기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영은, 시원

프린트 실장이 되고자 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영은
저는 시각디자인과에 처음 들어왔을 때 프린트실이 제일 먼저 보였었거든요. 통유리로 된 모습이 멋있었어요. 사람이 많이 없는 오전 시간대에 혼자 작업하면서 그 풍경을 보는 걸 좋아했고, 그때부터 나중에 이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또 제가 원래 다른 인쇄소에서 일했던 적이 있어서 리소 프린터를 다룰 줄도 알았고요. 그래서 실장 모집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시원
저는 책이나 인쇄매체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어서 외부 인쇄소들을 많이 이용해 봤었어요. 낯선 환경에 들어갈 때 오는 두려움을 가지고 프린트실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의외로 친숙하고 학생친화적인 환경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점점 다양한 인쇄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지원했던 것 같습니다.

프린트실을 운영하는 입장과 사용하는 입장에서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시원
저는 사실 시각디자인과 복수전공생이어서, 처음에 이 공간을 제가 이용해도 되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프린트실이 두렵게 느껴졌었는데, 운영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까 공간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겼고 더 잘 가꿔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영은
저는 일단 ‘기계’ 하면 딱 떠오르는 1차원적인 활용 방법이 있잖아요. 거기까지만 상상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일을 시작해 보니 학우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요. 예를 들어서, 특이한 소재로 UV프린터 인쇄를 시도한다든지. 이런 것을 보면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프린트실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풍경이 있다면요?

시원
과제가 많은 시기엔 복작복작했던 장면이 떠올라요. 학우들의 눈빛과 특유의 손짓에서 몰두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아요. 그 장면을 앉아서 볼 때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영은
저는 항상 기억에 남는 장면이, 전시 기간이 되면 시트지를 많이 뽑으시잖아요. 보통 업체에 맡기면 설치까지 전부 해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희는 떼는 것부터 붙이는 것까지 다 실제로 스스로 해야 하다 보니까 여기 앞에서 시트지를 다들 일일이 떼고 있는 장면이 너무 기억에 남는 거예요.

학우들이 복잡한 도안에 많이 도전하기도 하고, 업체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세밀한 것까지 시도하다 보니 아마 뗄 때 더 힘들 거예요. 그럼에도 시트 작업을 밤새 하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시트지

프린트실에서의 첫 근무부터 현재까지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요?

영은
일단 작은 변화부터 말씀드리면, 저희 실장들의 사심으로 계속 새로운 기계나 잉크를 들이고 싶어 해서 계속 추가하고 있어요. 올해는 크리스 교수님이 형광 프린터 업체 사장님과 연락하셔서 형광 프린터를 추가하기도 했어요. 또 리소 프린터 잉크나 시트지 롤 색상도 계속 추가하고 있어요.

큰 변화라고 한다면 저희가 매년 인스타나 그 외 방법으로 학우들의 작업과 정보를 보며 느낀 건데, 리소 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리소 프린팅으로 색을 4도 이상 얹는다거나 하는 시도도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아쉬운 변화가 있다면 작년에 비해 올해 프린트실 예약이 좀 줄어들었어요. 작년은 학기 초반에도 경쟁이 치열했는데 올해는 중간 기말 기간에만 사람들이 많이 몰렸었거든요. 속상한 마음으로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이번 학기에 개설된 과목 중에 인쇄물 기반의 수업이 많이 줄어들었더라고요. 반대로 디지털 기반의 수업이 많아지다보니 학기 초반에는 프린트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 못했던 게 속상했던 변화인 것 같네요.

시원
맞아요, 저도 동감해요. 그래서 프린트실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제 이름만 봐도 ‘이분이 그분이구나’ 할 정도로 기존에 이용하시던 분들이 더 자주 오세요. 그래서 좀 더 다양한 분들이 이용해 주셨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저도 시트지 색상이 많아진 거랑, 형광 프린터를 최근에 들여왔다 보니 색상 표현에 대해 시도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형광 프린터의 인기가 많지는 않아요. 사용법은 정말 쉽거든요. 복합기랑 똑같이 파일을 제작하면 되는데, 리소 프린터보다 인기가 없는 게 조금 아쉬워요.

프린트실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요?

시원
저희 둘이 얘기해 봤는데, 저는 ‘용광로’를 생각했어요. 다양한 작업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농담으로 프린트실이 너무 덥기도 해서요. 그만큼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는 공간인 것 같아서 용광로가 떠올라요.

영은
저는 지금 생각났는데 ‘아지트’요. 저희가 밤만 되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거든요. 사람이 많이 적어지고 아지트 같은 느낌이 강해져서 그때가 좋더라고요. 단란한 밤 특유의 느낌이 좋습니다.

선배 실장님들로부터 전해들은 프린트실의 일화가 있다면요?

영은
제가 전에 프린트실에 관한 책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때 프린트실의 탄생 관련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일단 지금처럼 이렇게 공간이 갖추어진 형태가 아니고, 기계가 따로따로 있는 형태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프린트실’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이 형성됐다는 것이 제일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과거에는 프린트실 좌측의 레이저 프린터가 있는 공간도 없었다고 들었어요. 재작년 8월에 공사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안쪽 공간이 생기면서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이 생긴 것 같아요. 공기가 안 좋아서 안전 때문에 분리해놓았기도 해요.

지금은 구글 시트로 예약을 받고 있는데 과거에는 학과 사무실에서 일정 시간에 수기로 예약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아침부터 복도 줄이 엄청나게 길게 서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 방식이 매우 힘들어서 선배님들께서 예약 체계를 구글 시트로 바꾸는 데에 애쓰셨다고 했어요.

시원
일하다가 발견한 건데, 근로 책상 안에 블루투스 마이크가 하나 있더라고요. 여쭤보니, 과거 선배 실장님들 중에 그 블루투스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시는 분들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영은
맞아요. 이것도 진짜 변한 것 같아요. 전에는 실장님들이 외향적인 분들이 많으셨는데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프린트실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하면서 예전에 올라왔던 스토리를 보면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을 볼 수 있으실 거예요.

2023년 8월 프린트실 리모델링

프린트 실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을까요?

영은
제일 중요한 건 일단 프린트실을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다른 근로생들을 보면 전부 인쇄를 진심으로 대하거든요. 저도 이 공간이 너무 좋아서 근로 지원을 한 거였고요. 다들 어떻게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고, 학생들이 이 공간을 많이 이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요.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저학년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시원
저보다 영은이가 한 학기 먼저 실장을 시작했었는데, 영은이는 프린트실을 정말 사랑했거든요. 그걸 옆에서 보면서 ‘정말 좋은 공간이구나’ 같은 생각을 했어요.

저는 학생들한테 확실히 프린트실이 더 열린 공간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처음에 프린트실에 딱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도 그렇고, 겉으로 보기에는 열린 듯하지만 두려움이 생긴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도 해서 좀 더 많은 학생들한테 열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최근 몇 년간 운영체계에서 생긴 중요한 변화가 있다면요?

영은
예약 방식이 제일 많이 바뀐 것 같은데, 지금은 구글 시트 예약으로 받고 있어요. 이러한 예약시스템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로 최종윤 전 프린트 실장님이 주도하는 프린트실 자체 예약 사이트를 만들고 있어요. 이는 추후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번 겨울 방학 때를 목표로 만들고 있다고 들었어요.

옵셋 인쇄도 그렇고, 저희가 사실 욕심은 많거든요. 컴퓨터실을 밀고 프린트실 공간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었어요. 현실적으로는 어렵지만, 욕심으로는 프린트실을 과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으로서는 고장 난 재단기를 대체할 만한 수동 재단기라도 들여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시원
리소 프린터 잉크를 조금 더 다양하게 하고 싶기도 해요.

영은
저희 지금 웬만한 인쇄소보다 리소 프린터 잉크를 훨씬 더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프린트실 정말 좋아요.

시원
생각보다 좋은게 너무 많은데,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좀 많은 것 같아서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리소 잉크

프린트실을 운영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면요?

시원
문제가 꽤 있는데요, 기기가 고장이 정말 잘 나요. 최근에 딱 개강 날에 UV 프린터가 고장이 나서 업체에 전화를 드리는 일이 있었는데, 이런 문제가 비일비재해요. 특히 예약이 많이 몰려 있는 기간에 기기가 고장이 나면 예약자분들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저희한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런 문제는 빨리 연락을 드려야 해결되는 문제라서 제 전화 공포증을 고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로 업체랑 정말 많이 소통합니다.

영은
기계 고장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들어가는 소모품들이 정말 많아요. 기계마다 들어가는 소모품들의 재고를 관리하기가 힘들거든요. 예를 들어, 갑자기 용지가 떨어졌을 때처럼 체크를 미리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예약한 학생에게 연락하거나 급하게 주문할 때도 많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여름에 너무 더워요. 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에 학과 사무실에서 냉방 문제와 에어컨 설치 문제를 해결하려고 확인하셨나 봐요. 그런데 아무래도 프린트실이 기계도 많고 통유리다 보니 설치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또, 여름에 습도 문제 때문에 기사님들이 부품을 옮겨두실 때도 많고요.

수요가 가장 많은 기자재는 무엇인가요?

시원
가장 많은 건 리소 프린터나 플로터에요. 과제나 전시가 있을 때 정말 많이 예약이 들어와요.

영은
특히 리소 프린터는 예약이 열리는 대로 꽉 차요. 예약 페이지를 보면 하루 12타임이 다 차 있는 경우가 많고, 거의 24판을 찍어내고 있는 거죠. 또, 리소 프린터에는 귀여운 기능이 있는데, 이 프린터가 얼마나 많이 (인쇄물을) 뽑았는지 세줘요. 제가 확인을 해 봤는데 거의 몇만건이 누적되어 있더라고요.

리소 카운트, 리소형광 비교, 리소 4도 인쇄 실험

반대로 학생들이 잘 모르는 기자재는 무엇인가요?

시원
학생들이 잘 모르시는 건… 역시 형광 프린터인 것 같아요. 쓰시는 분들은 자주 쓰시는데…살짝 익숙하지 않으신가 봐요. 가장 최근에 들여온 거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요. 또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형광 프린터는 이제 CMYK가 형광 잉크로 대체되어 나오는 프린터인데, 형광 잉크가 어떻게 발색이 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니까 이게 어떤 방식으로 나오는 건지,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 건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영은
형광 인쇄할 때 추천해 드리는 게 있는데, 사진 인쇄하면 정말 잘 나와요. 가끔 사진 인쇄하는 분들이 특이한 색감을 내려고 분판을 한 다음에 리소 프린터로 뽑으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형광 인쇄를 하면 별도의 과정 없이도 잉크 자체의 형광색 덕분에 예상치 못하게 예쁘게 나와요. 그래서 저는 사진 인쇄 추천해 드립니다! 형광 잉크가 리소 잉크보다 비싸기도 합니다. 가성비가 제일 좋아요!

시원
크리스 교수님이 잉크 얼마나 썼는지 가끔 와서 보고 가세요. (웃음)

형광프린터와 리소프린터로 만든 책

가장 고장이 많이 나거나 다루기 까다로운 기자재는 무엇인가요?

영은
무조건 UV 프린터요.

시원
부품 자체가 정교한지 고장이 정말 많이 나고, 매번 고장 이유가 달라요. 그래서 매번 점검을 하면 문제가 되는 부품들이 너무 많습니다.

영은
이 UV 프린터를 진짜 멈추고 싶다 생각했을 정도로… 그래도 애물단지라기엔 너무 고마운 존재라 애증의 관계에요. 액체로 된 잉크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인데 그래서 한 번씩 비워줘야 해요. 그러다 잉크가 터진 적도 정말 많고 피부에 다 스며든 적도 있었습니다.

시원
손이 다 파랗게 되죠.

영은
그리고 엄청 따가워요.

시원
고장 날 때마다 비용도 어마어마해서 학과사무실에 말씀드리기 제일 민망한 장비인 것 같아요.

학생들이 장비를 다룰 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시원
학생들이 제일 조심히 해주셔야 할 기자재는 복합기인 것 같은데, 이제 최근에 복합기 세 개가 동시에 망가져서 드럼통을 다 갈고 쓰긴 했어요. 그 이유가 물감이 묻은 개인 용지를 복합기에 넣어서 출력하는 학생들이 있더라고요.

영은
그런 행동은 절대 안 됩니다. (웃음) 정말 피해가 많이 가요. 복합기 고치는 비용도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계속 공지하는 부분이 트레이싱지, 트레팔지, 또 두꺼운, 300g 넘어가는 엄청 두꺼운 용지와 같은 것들은 제발 넣지 말아 달라고 하는데, 알면서도 몰래몰래 넣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 고장이 나는 거예요. 이런 일은 저희가 없을 때 항상 발생하더라고요.

시원
직접 작동시키는 거다 보니 저희가 제재하기에도 한계가 있어요. 속상합니다.

영은
하나를 시도하고 망치잖아요, 그러면 다른 복합기에 넘어가서 또 시도하는 거예요. 그래서 한 명이 여러 대를 망치는 경우가 있어요. 오버프린트도 안 됩니다. 예를 들어서, 리소 프린트를 한 종이를 복합기에 사용하면 안 돼요. 저도 몰랐을 때는 되는 줄 알고 하려다가 제재당한 적이 있었거든요. 복합기 안에 리소 잉크가 묻을 수 있거든요. 다만 복합기를 먼저 하고 리소 프린팅하는 경우는 가능합니다!

복합기

새로운 장비가 들어오면서 학생들의 작업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시원
새로운 장비가 들어오면 실험을 많이 해 보시는 것 같아요. 저희도 그렇고요. (웃음)

영은
저희가 지난 학기에 특이한 시도를 하신 분들의 작업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적이 있었어요. 그때 어떤 게 나왔었냐면… 랩핑지 위에다가 UV 프린팅을 한다든지, 혹은 스타킹 위에다가 UV 프린팅을 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신기하다고 생각해서 스토리에 올렸었는데 그 이후로 너도나도 참신한 재료들을 많이 가져오더라고요. ‘이런 것 까지 되는구나’라는 포문을 열어줬던 것 같아요.

사실 업로드를 하다가 그만두게 된 이유가 있는데, 너무 특이한 걸 많이 가져오다 보니…(웃음) 재미있긴 하지만 그러다 기계가 고장이 나면 돈이 많이 나가니까요.

시원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기업적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을 듣던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UV 프린팅용으로 휴지를 가져오신 거에요. 두루마리 휴지는 아니고 갑 티슈였는데, 종이 위에 얹어서 인쇄하셨어요. 결과물은 정말 예뻤지만 중간에 걸리면 안되니 조마조마했습니다.

영은
그 분이 또, 핑거 보드를 가져 오셨어요. 그 위에 인쇄를 하셨는데 너무 예쁘게 나왔더라고요.

시원
아크릴 커팅한 것 위에 인쇄를 하려고 자를 가져온 학생도 있었어요.

영은
또 특이했던 경우는 천에 주름을 잡아 온 거예요. 핀을 꽂아 주름지게 해서 그대로 위에 인쇄한 작업이었어요. 잘못하면 헤드가 고장 날 수 있어서 정말 위험했습니다.

UV 랩핑지 인쇄 실험

프린트실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었다면요?

시원
일을 하다 보면 여러 학우들의 작업물들을 보게 되는데, 뽑고 나서 남은 걸 하나씩 주고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뽑아줘서 감사하다’ 하시면서 열쇠고리나 책을 만든 것도 주고 가세요. 그런 작업들을 받으면 너무 뿌듯하고, ‘프린트실에서 이런 게 나왔다니!’ 하고 소중하게 간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은
약간 눈빛을 발사하기도 해요. ‘많이 뽑으셨네요? 하나만…’ (웃음)

그런 일화도 있었어요. 갑자기 리소 프린터 수요가 너무 많아져서 마스터 용지가 전부 떨어졌던 적이 있어요. 그날도 리소 프린터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대학원 프린트실에도 리소프린터가 있다는 사실이 생각나서 대학원 프린터실에서 마스터 용지를 꿔 온 적이 있었어요. 나중에 다 갚아 드렸죠.

많은 학생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프린트실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원
제가 올해 3월부터 프린트실 근로를 시작했는데, 그렇게 일하게 된 첫 주에 세미나 진행을 했었어요. 한 번에 20명씩 해서 80명 정도가 참여한 큰 행사였고, 프린트실 공간 투어나 예약 방법 같은 것들에 대해 설명하는 세미나였어요. 거기에 신입생이나 유학생 혹은 프린트실을 좀 더 알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이 오셨는데 세미나를 들으며 필기도 엄청 열심히 하시고, 제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도 해 주셨어요. 이걸 보고 ‘학생들이 프린트실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이 궁금해하고, 열정을 가지고 이용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런 행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프린트실이 점점 더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는 걸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영은
세미나에 이어서 또 재미있었던 행사가, 작년 졸업 전시가 끝나고 저희 프린트실이 이음다리 프로젝트에 신청해서 ‘리소 프린트로 달력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12 분이 참여하시고 한 달씩 맡아 리소 프린트를 체험하는 활동이었는데, 완성된 결과물을 프린트실 앞에 실제로 달력으로 쓰고 있거든요, 지금도 걸려 있어요! 올해도 새로운 이음다리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프린트실과 달력 만들기

졸업생·동문들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재학생들에게는 어떤 공간으로 프린트실이 자리 잡기를 바라나요?

시원
졸업생분들께서는 많이 추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졸업 후에는 이용할 수 없다보니 아쉽지 않도록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많은 실험과 시도를 해 보고 졸업 후에도 작업을 하는 데에 이러한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많이 그리워해 주시길… (웃음) 또, 재학생분들에게는 조금 더 열려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좀 더 애정을 가지고, 공용 공간이라는 걸 인식해 주시고 사용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영은
저도 졸업생분들은 ‘이때 아니면 언제 이런 시도를 해 봤겠어’ 싶은 공간으로 기억에 남으셨으면 좋겠고, 재학생분들도 ‘이때 아니면 언제 이런 시도를 해 보겠어’ 같은 시도를 많이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휴학을 해서 벌써 그리운 게, 다양한 시도를 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무료로 할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석재원 교수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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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시디 소식지 팀
sidi.newsletter@gmail.com
박세은, 박소현, 이상민, 지선아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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