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예환

웹·넷 디자이너 송예환 동문을 인터뷰했습니다. 송예환 동문은 2018 타이포잔치 사이사이·2019 타이포잔치 웹사이트, 2020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미래학교》, 제로원데이 2021 등의 웹사이트 디자인 및 개발을 맡았습니다.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으로 익숙해진 규칙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송예환 동문과의 대담을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세요.

송예환

송예환 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홍익시디 소식지〉 구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송예환입니다. 웹 넷 아트랑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장르로 정의해본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티스트이면서 디자이너라고 정의를 하는데요. 웹/넷 아티스트 그리고 웹/넷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송예환 님의 대학 시절은 어땠나요?

학교를 제대로 안 나갔던 기억이 나요. 제적 경고를 많이 받아서 반성문도 꽤 썼고요. 강박까지는 아니지만, 학생 때부터 얼른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빨리 포스터를 완성해보고 싶고, 내가 만든 로고를 바로 누군가 사용해줬으면 좋겠고. 특히 시각디자인과는 현업으로의 진입장벽이 그렇게 높지 않다 보니 디자인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대학 시절에 가장 하고 싶었던 디자인은 어떤 디자인이었나요? 그리고 현재의 생각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석재원 교수님이 학생 때 가장 영향을 많이 주신 교수님이에요. 교수님께서 예일대학교에 계시다 홍익대학교에서 수업하신 지 3년 차일 때 처음 뵈었던 걸로 기억해요. 디자인을 할 때 시각적으로 충족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그 이상으로 설득력이 있는 디자인 나레이션을 만들어내는 것, 논리적으로 말이 되고 설득력 있는 디자인 규칙들을 디자인 안에서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작업을 꼭 해보고 싶었기도 하고요.

그 당시 일종의 롤 모델이었던 게 스튜디오 모니카(Studio Moniker, Conditional Design)였는데요, 이 컨디셔널 디자인 작업은 ‘특정 규칙을 주고 사람들이 그 규칙을 따를 때 특정 패턴과 디자인이 나온다’라는 개념이에요. 이처럼 비주얼을 우선으로 두지 않고, 규칙을 만들고 거기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들을 관찰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컴퓨터 코딩에 빠지게 된 계기라고도 생각해요. 컴퓨터 코딩 자체가 규칙들을 여러 개로 나열해놓고 렌더를 돌리면 컴퓨터가 그 규칙에 따라서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과정이거든요. 석재원 교수님의 수업은 그런 규칙을 형성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컴퓨터 코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학부생 시절 강이룬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본 후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다고 하셨는데, 떠났을 당시 웹에 대한 경험이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2학년 1학기가 끝나고 휴학한 후였을 거예요. 웹에는 항상 관심이 있었지만, 코딩은 거의 못 다루는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더 많이 발전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 코딩 없이도 웹을 만들 수 있는 툴들이 있었어요. 그때는 드림위버라는 오래된 어도비 툴을 사용했었는데, 기초적인 코드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웹사이트를 구성하는 방식이라 코딩을 잘 몰라도 반복 작업을 하면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어요. 현재 제 포트폴리오 사이트도 그때 만들었던 거예요. 지금도 계속 디자인을 바꾸고 있기는 하지만… 유일하게 웹 경험이 있었던 것이 그 포트폴리오 사이트라서, 보여드리면서 웹에 관심이 많다고 어필을 했던 것 같아요.

송예환 웹사이트,  yhsong.com

작업하실 때, 디자인과 코딩 두 영역 중 어디에 더 시간을 할애하시나요?

디자인과 코딩을 동시에 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코딩이 편해져서 그렇게 할 수 있는데 전에는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로 먼저 디자인하고, 그 다음에 코딩을 했었어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라고 하는, 코딩을 기반으로 컴퓨터가 형성하는 랜덤한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반면에 저는 백그라운드가 디자이너여서인진 모르겠지만 모든 것들이 제 손에서 제어되는 것들을 좋아해요. 그래서 일러스트레이터 툴로 시각적으로 구현하지 않아도 머릿속엔 구축된 디자인이 항상 짜여 있고, 코딩은 그걸 실제 웹으로 구현하는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컨셉이랑 아이디어를 내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요. 비주얼적으로 디자인 설계를 하는 게 다음, 코딩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가장 마지막 순위예요. 코딩을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는 거죠.

재학 시절 이야기로 현업에 대한 열정에 대해서 말씀 주셨는데요, 말씀대로 학생 시절 2018, 2019년도 타이포잔치 웹사이트 디자인을 맡으셨어요. 일찍 프로의 세계에 발 들이셨던 만큼 수많은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셨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거나 해소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작업한 것은 2018년 타이포잔치 프리비엔날레, 사이사이 웹사이트였어요. 저는 늘 그 시점이 제가 처음으로 아르바이트가 아닌 현업으로 돈을 벌고 디자인에 관련된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만난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때 정말 눈물이 날 만큼 힘들었어요. 당시에 학교 선배이신 윤충근님께서 코디네이터, 진달래 박우혁 선생님이 전체 디렉터로 계셨는데, 세 분 다 무척 좋으신 분들이지만 저에게 대선배시기도 했고 처음으로 큰 작업을 맡아 여러모로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작업에 대한 부담은 큰 편이에요. 컨셉을 잡는 것이 작업의 시작이다 보니, 프로젝트마다 진행하는 속도의 차이가 커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막힘없이 흘러가는데, 아이디어가 안 나오는 경우에는 진행 자체가 되지 않아요. 저는 디자인에서의 프레임은 가능한 없애려고 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시작이자 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이디어가 없으면 클라이언트한테 보여드릴 게 아예 없는 거죠. 어떠한 레퍼런스도 없이 그저 스스로 창조해내야 하는 것들이 가장 큰 부담입니다. 그래서 그런 부담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질 때 선배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인데, 그분들도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이 부담감은 평생 안고 가는 거죠.

타이포잔치 2019 웹사이트,  typojanchi.org/2019

미국 뉴욕에 위치한 시적 연산 학교(School for Poetic Compuation)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예환 님께서는 해당 학교에서의 경험 중 가장 값진 것이 ‘학생들 간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는데요,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학생 때부터 서머스쿨이나 단기 학교 같은 것들을 많이 다니면서 저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곳에 오는 대다수는 굳이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와서 2주 정도를 투자할 만큼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 하고 흥미 있어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시적 연산 학교도 비슷했던 거 같아요. 다양한 나라에서 왔고, 모두 코딩 또는 디자인을 너무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냥 자연스럽게 그들과 이야기하는 순간에서도 얻는 것이 정말 많았어요. 제가 가진 지식과 그들이 가진 지식, 그리고 서로 흥미가 있었지만 몰랐던 지식이 연결되면 공통 지식이 크게 생성되는 것을 경험했죠. 그런 의미에서 시적 연산 학교는 좋은 추억이기도 해요. 기본적으로 구성인원 절반이 프로그래밍을 기반으로 한 사람들이고, 4분의 1 정도가 디자이너, 나머지 4분의 1 정도가 회화를 기반으로 한 사람들이에요. 그러다 보니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다 달라서, 하나에 대해 서로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다른 거죠.

저는 홍대에 다닐 때 그린비라는 소모임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어쩌면 소모임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들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다양한 관점들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적 연산 학교 수업 일정은 굉장히 빠듯한 편이에요. 매일매일 수업과 과제가 있었고 그 공간에 다 함께 살면서 10주를 같이 보냈어요. 그러다 보니 남는 시간에 서로 하는 일이 정말 달랐어요. 어떤 친구는 갑자기 만두를 빚기 시작하고, 다른 친구는 벽화를 그리고 또 어떤 친구는 구석에서 아두이노로 로봇을 만들고 있고, 저는 항상 편의점에 가고. 서로 생활하는 방식이 모두 달랐던 게 기억에 남아요.

학부생 시절 해외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셨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나 경험이 궁금해요.

모든 경험이 나름의 개성이 있었다고 생각되어서, 하나를 꼽기 어렵네요. 폭스바겐은 워낙 대기업이라 그 안에서 나의 디자인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기업의 일원이 된다는 느낌이 훨씬 강했어요. 미팅에서 상사들이 여러 명 앉아 있었고 회사에 문제점이 있으면 얘기해보라고 했던 자리가 있었어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이었기 때문에 당돌하게 이야기했죠. 그런데 제가 한 이야기를 토대로 보고서를 써서 제출하라는 거예요. 그때 ‘이게 바로 기업이구나’ 생각했어요. 문제가 있다고 바로 그 자리에서 소통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문서화하여 소통하는 환경이라는 걸 느낀 거죠. 또한 디자인도 일러스트 파일을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고 최종 단계의 시트로 제작해서 전달해주는 방식이라 ‘회사’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던 것 같아요.

강이룬 디자이너 스튜디오는 저에게 있어서 처음 외국에서의 인턴십을 경험해볼 수 있게 한 곳이었고, 제가 어떤 업무를 한다기보단 강이룬 디자이너에게 뉴욕의 문화나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와 같은 것들을 보고 배우는 형식으로 인턴십 생활을 했었죠. 소규모 스튜디오의 장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일하다 보니 디자이너들끼리 스튜디오에 놀러 오거나 파티를 열면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디자이너들을 만나는 좋은 경험을 했어요. 그리고 그 외에 `비아`라고 하는 다른 뉴욕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도 일했었는데, 거기는 소규모 스튜디오인데도 모두 순수 미국인이었고, 저 혼자만 외국인이라 낯설었던 경험도 있어요.

방금 말씀하셨던 폭스바겐과 강이룬 디자이너 스튜디오의 성향 차이가 취업을 앞둔 디자인과 학생들이 많이 고민하는 지점 같기도 해요. 송예환 디자이너님도 기업과 스튜디오에서 모두 일해보며 더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곳이 있을까요?

저도 학생 때 같은 고민을 계속했었어요. 결국 졸업하고 나서 취업을 아예 안 해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요. 그 고민에 대해 지금도 많이 느끼는 건, 대기업이 주는 연봉과 급여는 무시할 수 없어요. 지금 비슷한 시기에 디자인을 시작한 친구 중 기업에서 디렉터를 맡고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걸 보면서 연봉과 안정감은 결코 무시할 게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친구들은 퇴근하고 요가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데 프리랜서로 일하는 저는 퇴근 시간이 유동적이고 계속 일해야 한다는 게 다른 것 같고요. 이 고민은 끝이 없는 듯 해요. 그래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중 잘못된 선택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힘든 부분도 있고. 그런 일이지 않을까요?

Anti User Friendly Series

송예환 님의 작업은 '유저 프렌들리'라는 일관된 목적을 가진 고루한 웹 형식을 타파하고, 웹 디자인의 목적 혹은 존재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왔던 것 같아요. 관람자는 웹에 대한 편견을 깨고 낯섦을 느낄 수 있었고요. 혹시 단순히 ‘불편하다’는 감정을 넘어, 그 이상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나요?

요즘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의 웹과, 영어를 제2외국어로 접하는 사람들의 웹 사이의 간극을 다루는 것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웹은 굉장히 불평등한 구조로 건설되어 있어요. 흔히 웹이 ‘전 세계를 연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웹상에서 연결이 되어 있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50% 정도밖에 안 되죠. 지금까지는 템플릿 기반의 웹사이트에 변화를 주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등 약간의 풍자를 담은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이것을 확장해 '어떻게 하면 웹이 이상적인 공간은 아니라는 것을 좀 더 많은 사람한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에요.

언어 역시 웹의 다양성을 위해서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선 아시아 내에서 적극적인 목소리가 나서주어야 할 텐데, 그들은 자기만의 인터넷을 만들고 나오지 않죠. 컨퍼런스에서 이 내용을 이야기하면 '그래서 해결책이 뭔데?'라는 질문을 항상 바로 받아요. 사실 저도 해결책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인터넷과 컴퓨터 언어를 먼저 만들었고, 우리가 그걸 받아들이는 입장인 건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웹이 다양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조금 더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표면적인 웹사이트는 정말 깔끔하게 번역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쿠키 정책, 중요한 보안 문제는 영어로만 보여주거나 제대로 해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또한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인해 많은 미국인이 페이스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대륙에선 페이스북을 정말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죠.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어 있지 않음에 부조리함을 느껴요. 비유하자면, 영어와 한국어를 둘 다 구사하는 바이링구얼이 한국어만 사용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죠. 사실 영어가 모국어라는 그들의 특권은 환경이 만들어준 것인데 말이에요. 구글 등 대기업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을 보면 ‘남용’하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기업들의 남용을 사용자이자 고객인 우리가 인식해야 견제를 할 수 있고,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해결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해결책을 꼭 내는 것이 아니더라도, 문제에 대해 알리고 사람들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게 창작자의 역할인 것 같아요. 송예환 님이 하고 계신 작업과 이야기가 이러한 인식의 첫 시작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경각심 없이 웹을 바라보면, 모두에게 열려 있는 하나의 유토피아처럼 여기기 매우 쉬우니까요. 이런 언급과 활동들을 하는 것은 결국 디자이너의 일인 것 같기도 해요. 마케팅 부서가 할 수는 없으니까요.

송예환 님은 평소 1인 디자이너로 활동하시면서 간헐적으로 팀 작업을 해오신 걸로 아는데요, 나중에 팀을 꾸릴 의향도 있으신가요?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작업 외에, 그 뒤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디자인 작업 같은 경우 디자인 에이전시나 기업과 일을 해요. 그러므로 그 내부에 있는 팀과 팀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미 구성된 팀에 나 혼자 새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항상 일할 때는 팀 작업이라고 여기며 해요. 개인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여러 팀과 다양한 작업을 해볼 수 있죠. 지금 당장은 스튜디오나 팀을 꾸릴 생각이 없어요. 팀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프로젝트 매니저는 항상 구하고 있습니다.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18 웹사이트,  typojanchi.org/20182019

한계를 넘어섰다고 생각이 됐던 순간, 혹은 기점이 된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시간이 오래 지난 작업이지만, 앞서 언급했던 타이포잔치 웹사이트 작업이 저한테는 그런 작업이에요. 이전에 ‘이런 것을 만들어 보고 싶어!’ 하면서 개인적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보긴 했지만, 이 웹사이트가 공식적으로는 처음 만든 웹 사이트거든요. 타이포잔치 웹사이트가 항상 실험적이기는 했었는데, 제가 만든 2018 사이사이 웹사이트가 조금 더 많이 실험적이었던 것 같아요. 구조를 보면 타일들이 이렇게 서로 이렇게 흩어져 있는 듯한 형태로, 거의 읽을 수 없는 사이트로 제작이 됐었어요. 사이트를 런칭한 당시에, 의도한 부분이었는데도 웹사이트가 깨졌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나요.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실험적인 작업을 공식 사이트로 내보낼 수 있을까?’ 싶어 굉장히 소심해졌던 경험이었는데요, 중간에 깨진 웹사이트를 내보내느냐, 아니면 안 깨진 웹사이트를 내보내느냐에 대해서도 몇 주 동안 이야기가 오갔던 기억도 나고요. 결과적으로 깨진 웹사이트를 메인 사이트로 최종 채택했는데, 그 경험을 통해서 내가 실험적인 것을 표현해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코드를 처음 배우셨을 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집 분위기 자체가 컴퓨터나 기계 같은 것들을 많이 좋아했어서, 컴퓨터의 작동 원리 같은 것들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어요. 본격적으로 코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강이룬 디자이너 웹사이트를 보고 ‘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야겠어.’ 하면서 시작했던 것 같은데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엄청나게 새롭거나 충격적이진 않았어요. 내가 이미 머리로 알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알파벳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글로 써내는지와 비슷한 경험이었습니다. 

컴퓨터 코딩을 어떻게 배우는가에 대한 질문은 항상 많이 받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키워드'가 무엇이냐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내가 이런 것들을 만들고 싶어. 근데 이런 것들을 만들려면 뭐가 필요하지?’ 그 질문 자체를 모르는 거죠. 실제로 그 키워드, 질문만 알게 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쉬워요. 예를 들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법을 구글링해보면 정보들은 엄청나게 많이 나오잖아요. 그 ‘질문’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배우기 어려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강이룬 디자이너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강이룬 디자이너가 옆에다 앉혀놓고 코딩을 하나씩 알려주지는 않으셨지만 이런 거 만들고 싶은데 하면 ‘이걸 한번 찾아봐’ 그런 식의 대답은 정말 많이 해주셨거든요.

코딩을 배우는 후배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아니면 팁 같은 게 있을까요.

‘어거지로 해도 돼’. 저도 지금 계속 코딩에 있어서 새로운 기술들을 배우고 있거든요.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 형식 등 새로운 것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요. 미디어 아트를 하시는 분들은 죽을 때까지 새로운 기술을 배울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요. 동시에, 코딩이란 것은 결국 컴퓨터 언어잖아요. 우리가 평소에 문법을 정확히 지키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처럼, 컴퓨터 언어도 어느 정도는 내 방식대로 일단 밀어붙여도 상관없어요. 물론 버그와 에러가 생기겠지만, 맨 처음 배울 때 겁나는 요소로 작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옛날에 맨 처음으로 만들었던 웹사이트를 리디자인을 하려고 코드를 다시 봤는데, <head> 태그가 아예 없던 것을 발견했거든요. HTML 구조상으로 <body>밖에 없었던 거죠. ‘어거지로' 해낸 건데, 그렇게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 루프스테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형태의 콜렉팅 전시 《CIRCIT SEOUL, 토크를 통해 관객과 이야기하는 네트워킹 파티 《링크 파크》 등에 참가하셨어요. 웹디자이너로써, 또 지난 2년간의 비대면 상황 속에서 작업을 이어가셨던 디자이너로써 피지컬한 방식으로 사용자와 마주하는 경험이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물리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요. 《CIRCIT SEOUL》에 제가 냈던 작품이 3D 프린트된 오브제가 있는 작품이었어요. 저는 백그라운드를 꾸미는 디자이너라 항상 스크린으로만 작업을 하다가 최근 들어 계속 열심히 오브제, 설치 작업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웹사이트를 제작할 때마다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던 게, 우리한테는 오감이 있는데 웹을 접할 때, 실제로 홈 VR이나 메타버스 공간을 접할 때는 오감 중에서 촉감이 없어지고 미각이 없어지잖아요. 청각과 시각은 극대화되지만, 그 외에 잃는 감각들이 너무 많은 거죠. 그래서 ‘오감을 어떻게 이러한 가상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가 한동안 저의 고민거리였어요. 그러다 깨닫게 된 게, 오감을 웹 안에서 구현하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구현을 해 놓는다면 그게 사람들 인식 속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조금 애매할지 모르지만, 예를 들자면 우리가 털 뭉텅이를 마주했을 때 털을 만져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촉감을 예상하고 떠올리게 되잖아요. 웹, 제가 하는 작업에 관련해서도 설치 작업물로 그런 식의 경험을 설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앞으로도 송예환 님을 ‘물질 세계'에서 자주 뵐 수 있을까요?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요. 제가 했던 작업의 핵심은 항상 이 물질적인 공간과 가상 공간 사이에 경계선 사이에서 어떻게 서큘레이션을 만드느냐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만든 웹사이트 위에다가 상호 작용을 만드는 작업들을 해 왔는데, 설치 작업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 부분을 좀 더 집중을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많이 들어요.

디스턴트 갤러리 《here-to-there-to-here》,  distant.gallery/from-here-to-there-then-from-there-to-here

최근 온라인 전시 《here-to-there-to-here》로,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을 아카이빙하셨죠.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디스턴트 갤러리’라는 온라인 갤러리에서 열게 된 전시인데요, 콘스탄트 드라트라는 웹 아티스트의 권유로 시작되었어요. 간략히 설명하자면, 콘스탄트가 아티스트들이 작가들이 자기 작업들을 자유롭게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간단하게 전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커먼 가든'이라는 오픈 소스 빌딩 툴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커먼가든이라는 툴을 이용해서 만드는 전시 공간을 보여줄 수 있는 ‘디스턴트 갤러리’라는 온라인 갤러리를 만들었고요. 친구의 권유로 시작되었다 보니 제 개인의 자율도가 높아서, 큐레이션부터 모든 콘셉트들을 다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집중하려고 했던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물질과 비물질 세계의 경계선을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웹사이트를 보면 물리적인 공원, 가상 공원 사이에 위에서 쭉 내려오는 경계선이 있어요. 그 안에는 조그마한 사과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가상 공간을 의미하면서 공중에 떠 있고, 하나는 물리적인 공간인 바닥에 위치해 있어요. 경계선을 기점으로, 가상 공원에는 웹 작업을, 물리 공간에는 설치 작업을 아카이브 해 뒀고, 그리고 그 경계선에는 인터렉션 작업들을 소개했습니다. 전시 오프닝 큐레이션이 있었던 종로의 POP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일정 간격으로 화면을 두드리는 설치 작업물 ‘댄서’도 물리 영역에다가 두었습니다.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이것만은 학부생 때 해보거나 즐겨보라고 권유하고 싶으신 활동이 있을까요?

연애요! 학생 때 너무 일에 치중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연애를 해야 돼요. 파트너와 같이 작업을 해서 일종의 디자인 팀으로 발전시키면 더 좋고요. 또 교수님이랑도 싸우고, 제적 반성문도 써 보고 하면 어떨까요? 진지한 디자인을 할 기회는 졸업하고 나서 굉장히 많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고민에 매몰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의 학생 생활에 디자인을 한 쪽에 넣어 두고, 일부러 어느 정도의 여유를 남겨놓는 거죠. 왜냐하면 졸업 후에는 이제 모든 삶의 일부가 디자이너가 되고, 평소에도 디자인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현 시점에서 송예환 님의 다음 목표 및 꿈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드는 일을, 한 5년 정도는 겁 안 내고 해보고 싶다는 게 목표입니다. 이전에는 너무 디자인이 아니고 아트스럽나 하는 고민에 시도해보지 못했던 일이 많았어요. 그런 것들에 대한 겁을 조금 덜어내고, 계속 실험적인 것들을 하는 것들이 다음 목표입니다.

홍익시디 소식지
지난 호 보기 | 기사 제보 및 인터뷰 요청 | 구독하기

홍익시디 소식지 팀
sidi.newsletter@gmail.com
고현경, 유효진, 전수민, 조민재

이미지 출처
송예환 프로필 © 송예환 | 송예환 웹사이트 © 송예환 | 타이포잔치 2019 웹사이트 © 타이포잔치, 웹 디자인: 송예환 | Anti User Friendly Series 이미지 © 송예환 |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18 웹사이트 © 타이포잔치, 웹 디자인: 송예환 | 디스턴트 갤러리 《here-to-there-to-here》 웹사이트 © distant gallery, 웹 디자인: 송예환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04066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94 홍익대학교 홍문관 R712 시각디자인과 학과사무실
Tel +82 2 320 1214 | Fax +82 2 3142 5792
sidi.hongik.ac.kr

Hongik University Visual Communication Design
Department office, R712, Hongmungwan,
Hongik University, 94, Wausan-ro, Mapo-gu, Seoul 04066, South Korea
© 2022. HIVC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