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인양(YinYang), 강채원·박유빈·이승현

‘우리는 텍스트처럼 읽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든다.’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텍스트를 독보적인 이미지로 번역하는 인양(YinYang) 스튜디오를 만나보았습니다. 스튜디오 인양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강채원('13), 박유빈('13), 이승현('13)이 20209월에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빛과 그림자처럼 여기저기 다른 형태로 등장하는 인양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요?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왼쪽부터 박유빈('13), 강채원('13), 이승현('13)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뉴스레터 구독자분들을 위해 YinYang 스튜디오와 디자이너 승현, 유빈, 채원님을 각자 소개해 주세요.

유빈
안녕하세요. 저는 3년 차 그래픽 디자이너 박유빈입니다. 재현에서 나아가 언어적으로 기능하는 이미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장소가 유동적인 삶을 목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승현
저는 시각디자인과 예술학을 공부했고, 도식을 통해 텍스트나 내러티브를 이미지로 번역하는 다이어그램을 생산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AABB와 레벨나인을 거쳐 YinYang에서 위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채원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디자인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현재 웹과 디지털 환경을 중심으로 디자인 및 개발을 하는 강채원입니다. 오랫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인양 인스타그램, @yinyang.fig

YinYang 스튜디오의 이름과 로고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유빈
의미보다는 알파벳 조합이 마음에 들어서 고른 이름입니다. 형태를 한정하게 되면 의미가 부각되기 때문에 로고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의미와 형태를 배제하는 이유는 음양이라는 의미가 너무 거창하기도 하고 철학적으로 읽히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입니다. 스튜디오 이름에 대해서는 좀 더 가볍게 접근하고 싶은데요, 저희 이름이 빛과 그림자처럼 여기저기 다른 형태로 등장하고 사라지는 것이 좋습니다.

YinYang20209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동기 세 분이 함께 결성하신 신설 스튜디오로 알고 있습니다. 세 분이 함께하게 된 계기와 신생 스튜디오로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유빈
전부터 같이 일하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해왔던 차에, 셋 다 어딘가에도 소속되지 않은 회색 지대에 있던 시기가 일치하여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채원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해보자!’ 해서 시작했다기보다는, 유빈과 승현이 먼저 붙어 일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에 제가 우연찮게(?) 끼게 되었습니다.

승현
글과 이미지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사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YinYang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 언어적인 것을 경유하는 과정은 YinYang의 그래픽 디자이너 두 명과 웹디자이너 한 명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무기이자 관심사라고 생각합니다.

YinYang은 그래픽 디자이너 두 분 승현, 유빈 님과 웹 디자이너 채원 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 디자이너의 각자 작업 스타일도 궁금해요. 함께 작업하게 되면서 서로 본인의 작업에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나요?

승현
저는 이미지의 완결에 대한 경계심이 있습니다. 색이나 형태, 그것들의 배치를 결정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작업마다 제 선택권을 위임할 수 있는 대리자를 상정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이미지 결과물은 대체로 복잡하고 비정형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절반 정도는 자동으로 생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빈
저는 3d 오브젝트나 공간이 등장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왔습니다. 2d 요소를 사용하더라도 공간적으로 생각하고 원고보다 튀어나오는 배경으로, 삽화로 만들었습니다. 지면/화면에 외재하는 감각을 작업물 안으로 끌어오려고 시도하면서 자연스럽게 3d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채원
유빈, 승현이 섬세하고 유기적인 이미지와 그래픽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스타일인데, 아무래도 이런 결과물과 은유적인 의도들을 디지털 환경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이 팀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 승현은 감각적인 이미지와 의미 생산에, 유빈은 매끄러운 균형, 타이포그래피에 강하고, 저는 이미지적인 부분보다는 작업의 전체적인 논리 구조를 보고, (산출물의 형태가 디지털일 경우) 더 효율적인 기술적인 구현 방법 등을 따져 보는 편이에요. 각자 자신의 강점이 성격에 많이 드러나 서로 부딪힐 때도 있지만 그래서 함께 일을 할 때 시너지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홍익시디 웹사이트, sidi.hongik.ac.kr

그럼 Yinyang의 작업 중 저희에게 가장 익숙한 홍익시디 웹사이트에 관해 이야기해볼 수 있을까요? 어떠한 계기로 홍익시디 웹사이트를 제작하게 되셨나요?

채원
2017년에 석재원 교수님의 지도로 홍익시디의 아이덴티티와 홍문관 7층 시각디자인과 공간을 리뉴얼하는 작업을 했었는데요. 그때는 학생 신분이었고, 졸업 후 개발을 하게 되면서 저희에게 웹사이트 문의를 해주셨어요. 공간과 아이덴티티가 매무새를 가다듬고 체계를 갖췄으니 사실상 웹사이트가 그 마지막 단계인 셈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전부를 함께하게 되었어요. 사실상 개업 이후 처음 제대로 인양이 다 같이 투입되었던 일이었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잘 서비스되고 있어서 참 기쁜 마음입니다.

웹사이트의 무작위로 변화하는 색과 로딩 화면 속 그래픽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홍익시디 웹사이트 제작 중 디자인적으로 중점을 두신 부분이 궁금해요.

승현
홍익시디 웹사이트의 콘텐츠 및 이용자들의 성격을 고려하여, 특정한 시각적 인상으로 고정되지 않으면서도 절제된 규칙을 잃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웹사이트를 구성하는 컬러 및 ‘ㅎㅇㅅㄷ’ 그래픽은, 초기 배포 과정 이후에도 이 플랫폼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학우들이 변화 및 추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어 풍부하면서 동시에 중립적인 맥락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변적인 플랫폼으로 남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모바일 환경과 데스크톱 환경에 모두 맞춘 반응형 레이아웃으로 제작된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웹사이트를 제작하며 겪은 어려움이 있을까요?

채원
기술적 문제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또 다른 점은… 아예 제로부터 시작했던 점? 사실상 기획, 디자인, 개발, 배포를 모두 한 셈이에요. 세 명 모두 시각디자인과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학과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학생들이 그간의 상황에서 불편했던 점이 무엇이었을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사이트를 설계했습니다. 디자인 자유도가 높았다는 점도 정말 큰 장점이었습니다. (대부분 그런 일이 없으니까요….) 돌아보면 졸업한 학과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의미 깊은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도 진행 중이에요. 곧 여러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고요.

Axe and Dummy Heads〉, yin-yang.work/#3

62번까지의 숫자 나열 중 현재 30번까지 작업으로 채워져 있는 YinYang 스튜디오의 웹사이트도 상당히 인상적이에요.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유빈
웹사이트에는 개인들의 이전 작업도 있고, 회사를 만들고 나서 긴밀하게 붙어서 같이 만든 작업도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인사미술공간에서 했던 〈
Axe and Dummy Heads〉 전시 그래픽 작업입니다.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양된 이야기들이 풍부한 작업이었고, 평소에도 외재적 감각들을 평면 안에 끌어 들어오려고 하는 저희의 작업 방식과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희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과정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승현
전시된 작업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누에와 실타래의 이미지에 착안해서, 작가들의 이야기를 십자수 도안으로 번역해서 마치 수공예를 하는 것처럼 시각화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인양 웹사이트, yin-yang.work

YinYang 웹사이트의 소개 글 중 ‘우리는 텍스트처럼 읽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전문으로 한다’라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텍스트처럼 읽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이미지를 해석하거나 제작하는 인양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승현
YinYang의 시각적 결과물들은 다양한 형태의 텍스트에서 출발했고, 여기에는 작업자들의 공감각적 번역 과정이 깊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텍스트에서 이미지가 도출되도록, 그리고 작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YinYang은 시각화 도식을 만드는 것으로 매 작업을 시작합니다. 대체로 이미지를 제작하고 만드는 것보다, 이 단계에서 더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소요됩니다. 작업의 진행 과정에 따라 데이터는 내적인 규칙에 투입되어, 지면, 영상, 공간, 디지털 환경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산출 과정에는 작업자도 개입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YinYang은 이 오차 범위에서 생겨나는 시각적 흥미로움을 지향합니다.

학부 시절에 했던 활동이나 경험 중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빈
학부 시절 방학마다 아르바이트와 인턴을 했던 경험이 후에 일할 때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출판사, 사진 스튜디오, 영상 회사, 서점에서 일했었어요. 디자인적 기술보다는 사회적으로 일할 때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승현
저는 주기적으로 낯선 환경에 자신을 배치하는 것에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른 분야인 예술학과 복수전공을 하거나, 외국에서 두 학기 정도 공부하는 등의 선택들은 제가 정서적으로도, 작업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채원
전공 이외의 다른 진로를 도전하는 것에 주저 없었던 점. 살면서 배움의 기회는 최대한 많이 얻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더 겸손하고 열린 사람이 된다는 것도 느끼고요.

이것만은 학부생 때 해보거나 즐겨보라고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권유하고 싶으신 활동이 있나요?

유빈
학부생 때 다른 학과 수업들도 많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20대 초중반은 감수성을 넓히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저(유빈)에게는 영문학 공부가 문해력과 감각점을 늘리는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감각적 경험을 받아들이고 내 손으로 옮겨 낼 수 있는 감수성이 일할 때도, 살아갈 때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승현
저도 디자인 외에 다른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유빈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숙련된 디자인으로 담아낼 수 있는 텍스트가 풍부해지기를 바랍니다. 작업자 본인에게도, 작업을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큰 즐거움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채원
뻔한 얘기 같지만,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현시점에서 YinYang 스튜디오의 다음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유빈, 승현
다음 목표는 지금까지 보지도 못하고 만들어 보지도 못한 멋진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채원
멋진 것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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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인양 프로필 사진-왼쪽부터 박유빈('13), 강채원('13), 이승현('13) | 인양 인스타그램 @yinyang.fig | 인양 웹사이트 © 스튜디오 인양(YinYang) | 홍익시디 웹사이트 ©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 〈Axe and Dummy Heads〉 © 스튜디오 인양(Yin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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