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를 만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기록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브랜드 ‘소소문구’의 유지현 디자이너를 인터뷰했습니다. 소소문구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김영혜, 방지민, 유지현, 황지수가 2013년에 설립한 문구 브랜드입니다. 올해로 8년 차를 맞은 소소문구의 시작과 다음 목표를 확인해보세요.
유지현 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홍익시디 소식지〉 구독자를 위해 소소문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쓰는 사람은, 스스로 선택한 터인 지면(紙面)을 늘 곁에 두고 쓰는 삶을 지속하는 사람입니다. 쓰는 사람의 지면에는 사소한 끄적임부터 구체적인 설계까지 다양한 생각의 씨앗이 심겨 있습니다. 브랜드 소소문구는 쓰는 사람들이 생각의 씨앗을 심는 것을 ‘문구’라는 매체를 통해 돕고 있습니다.
소소문구를 시작하신 계기와 설립 과정을 간략히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졸업을 앞둔 마지막 여름 방학, 시디과 동기 친구 네 명(김영혜, 방지민, 유지현, 황지수)과 함께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네 명 다 집이 멀어 밤새 작업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어요. 연남동 지하에서 창전동 옥탑 작업실까지 이곳저곳 옮겨 다녔습니다. 함께 작업하는 공간에서 이 일 저 일 벌이다가, 여름 방학 프로젝트로 벌린 일이 사업이 되었습니다.
약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었을 것 같아요.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소소문구가 지켜나가고자 한 부분이 있나요?
‘시작하면 끝내는 것’입니다. 강제성이 있는 클라이언트 업무 외에도 브랜드 자체 프로젝트를 위해 멋진 기획, 아이디어가 많이 나옵니다. 일단은 비 시각적인 형태(말만 하는 단계)로요. 그런데 디자인 단계로 착수하고 마무리 단계까지 가는 것이 여전히 어렵습니다. 중간중간 여러 가지 핑계 혹은 현실적인 이유로 흐지부지되는 경우지요. 그런 엎어지는 과정을 겪다 보니, 실행력이 곧 실력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뭐든 시작하면 끝내고 싶습니다.
반대로 8년 전과 가장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양한 의견과 변화 등에 많이 너그러워진 것입니다. 초창기 때는 디자인이, 생각이, 태도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싫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싫지 않아요. 그냥 ‘그렇구나.’ 합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곧바로 창업하는 것이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 창업과 브랜드 운영에 필요한 실무 지식은 어떻게 채워나가셨나요?
부모님이 1985년부터 인쇄업을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장에 들락거리며 환경을 의도치 않게(?) 익혔습니다. 필드에 나온 후 실무 지식은 학부 선배(제로퍼제로)님들께 많이 여쭈었습니다. 세금 관련한 것은 아버지 회사 회계 부장님께요. 그 외에 공부는 인터넷 검색으로요.
소작 프로젝트, 아임디깅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최근의 활동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다채로운 경험이지만, 목적은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내가 쓰는 사람인가?’라는 물음이 생길 때, 브랜드로서 그 대답을 돕는 경험을 제안합니다. 지난 8월에 무신사 테라스에서 전개했던 팝업 스토어 《옥상책밭: 내 마음에 들어오는 한 줄 캐기》가 그렇습니다. 깊은 독서라고도 불리는 ‘필사’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단, ‘한 줄을 필사’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경험이 쉽도록 이요. 소소문구 제품에 마음에 드는 한 줄을 쓰는 것을 유도하며, 소비자가 ‘손으로 쓰는 일(필사), 생각보다 쉽다.’, ‘나도 쓰는 사람.’이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죠. 소소문구는 소비를 위한 소비를 지양하고, 소비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돕습니다.
웹사이트 속 소소문구의 소개 글은 우리에게 기록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유지현 님이 생각하는 기록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내 삶에 대한 주인 의식을 키워줍니다.
그렇다면 쓰는 사람 곁을 오래 지키는 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이너의 ‘문제의식’이 잘 담겨 있는 디자인이요. 디자인이 ‘문제’ 해결을 돕거나, 나아가 해결하면, 언제든 곁에 두고 싶을 거로 생각해요. 여기에 사용자의 미감까지 충족된다면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여기저기 알려주고 싶은 디자인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직접 창업하고 운영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갖춰야 할 조건이나 마음가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브랜드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요. 모르겠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메시지를 찾고 뚜렷하게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는 연차가 쌓이고 동료들이 새로 생기며 메시지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는데요. 꼭 한 가지일 필요는 없고 내 삶을 즐겁게 해주는 내용이면 더 좋습니다.
현시점에서 소소문구의 다음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큰 목표: 오프라인 직영점을 여는 것입니다.
작지만 중요한 목표: 11월 5일부터 덕수궁 돌담길 근처에서 브랜드 경험을 위한 전시를 오픈합니다. 서울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기획하였고, 제목은 《서울모닝단》입니다. 이를 잘 실행하고 마무리 지어 21년을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