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감독, 윤승림

에스파부터 아이브, 보이넥스트도어까지 K-POP 뮤직비디오계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윤승림 감독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번 6월호에서는 영상 매체 중에서도,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뮤직비디오’라는 장르의 매력을 깊이 탐구합니다. 리전드필름을 창립하고 성장시킨 헤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영상 연출 아카데미의 교육자로서의 역할까지 겸비한 윤승림 감독의 작업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윤승림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리전드필름 창립자, 헤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윤승림 감독입니다.

윤승림 님의 대학 시절은 어땠나요? 재미있는 일화나 좋았던 추억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산업디자인과에서 전과했어요. 투시를 못 해서 투시 수업에서부터 흥미가 떨어졌었거든요. 대신 그 당시 6.0이었던 포토샵이나 에펙 같이 도구를 만지는 걸 좋아해서, 재미있는 것을 하자는 마음에 시각디자인학과로 전과를 결심했어요. 전과 후에는 동기들과 야작을 하다가 학교를 뛰쳐나와 학교 앞 거리에서 놀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살아가다 보니 ‘개근상’이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고, 무언가를 착실하게 시스템 안에서 해낸 경험이 적어요. 가끔은 그 사실로 인해 제가 스스로 정서적인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미대에 들어가서 좋은 자원과 교수님들의 가르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대신 전공을 살려 계약직 인턴, 웹 디자인 외주, 벽화 알바 등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일찍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시기에 영상으로 진로를 정하셨다고 들었어요. 진로 선택과 관련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뮤직비디오와 관련한 막연한 목표와 꿈이 있었기 때문에 졸업 시기에 진로를 정하는 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또한 진로 선택에 시기가 중요하다고는 더욱더 생각하지 않고요. 초반에는 조감독 생활을 2년 정도 하면서 불안한 마음도 들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해야지 하는 마인드로 그냥 열심히 했어요.

시각디자인 재학 중에는 혼자서 견뎌야 하는 시간이 많았던 게 외로웠다고 느껴져서 그런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업을 선호하게 되었어요. 감독 일을 하면서도 종종 외로울 때가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많은 스태프분들과 소통하고 끌고 나가는 일이라는 것에 위안을 느껴요. 결론적으로 이 일이 좋고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지금까지 하셨던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좋아하시는 작업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최근에 한 작업 중에는 XG의 IYKYK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의 뮤직비디오 특징은 강렬한 시각성이에요. 외계에서 온 뮤턴트라는 콘셉트 때문에 인상이 강한 작업을 많이 뽑아내는 그룹인데, 저는 그 시각적인 자극에서 벗어나 보면 어떨지 생각했어요. 이미지를 옅게 하고 대신 이 친구들의 내면이 담기기를 바랐거든요. 지구에 뮤턴트들이 있으니, 그들의 내면은 불안정할 것이라는 배경을 만들어, 내면의 혼란을 불나방이 겪는 ‘감각 혼란’에 빗대어 콘셉트를 만들었어요. 이미지는 애쉬톤으로 인상을 낮추고 대신 은은한 색감이 있는 베이스로 아트워크를 디자인했어요. 이렇듯 저는 디자인을 은유적으로 풀어나가는 걸 좋아하는데, 서사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기보다 분위기 자체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아요.

이렇듯 저는 디자인을 은유적으로 풀어나가는 걸 좋아하는데, 서사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기보다 분위기 자체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아요.

IYKYK 썸네일

규모가 가장 컸거나 작업 기간이 가장 오래 걸린 뮤직비디오는 무엇이었나요?

릴리즈를 앞두고 있는 더블랙레이블의 신인 그룹 ‘ALLDAY PROJECT’의 뮤직비디오 작업이 가장 시간을 오래 들이고 있는 작업이에요. 작년 8~9월부터 준비했는데 6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당시 제가 출산을 앞두고 있었는데 소속자 측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출산 이틀 전까지 촬영 및 편집을 끝내고 조리원에서 미팅하면서 작업했었어요. CG팀은 15팀 정도, 해외 작업자들도 있고, 인공지능 기술도 접목해서 연출을 짜고 있습니다.

디렉터로서 작업의 방향을 설계하실 때 최전선에서 직접 실무를 겪어본 경험이 도움이 됐을 거 같은데, 관련된 경험이나 일화가 있으실까요?

‘아마겟돈’은 씨포디 파일을 받아서 카메라 설계를 직접 한 후에 CG팀에게 넘겨줬었어요. 뮤직비디오에서 카리나가 총을 탕- 쏘고 터널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도 직접 컴포지팅했어요.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디렉팅을 명확하게 줄 수 있는 것 같고, 웬만해서는 제가 일차적으로 컴포시팅을 하려고 합니다. 또한 규모가 클수록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만큼 역할을 분배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작업에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기획, 연출 쪽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고요. 방향성을 제시하는 디렉터로 주로 활동하면서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을 하곤 하는데, 감각적인 측면에서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느낍니다.

현장 디렉팅 모습

아이돌 영상의 본질이 ‘플러팅’이라는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특히 BOYNEXTDOOR(보이넥스트도어) 작업 관련 이야기를 보고 멤버별 장점을 굉장히 잘 파악하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이돌 뮤직비디오 작업 시에 멤버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한 감독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BOYNEXTDOOR(보이넥스트도어)는 데뷔를 안 했던 친구들이라 소구 포인트가 뭔지 검색이 불가능했어요. 소속사에서 제공해 준 자료가 있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외모에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바이브를 캐치하고, 그걸 극대화하는 방향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태산’이라는 멤버는 특유의 ‘반항적인’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기존 매체에서 반항적인 청춘을 어떻게 묘사해 왔는지를 위주로 리서치를 진행했죠. 또 다른 멤버 ‘이한’은 장발이니까 비슷한 머리 모양의 특징을 매력적으로 다루었던 예시들을 먼저 조사하고, 저의 화법을 만들었어요. 아예 무에서 시작하지는 않고, 자료와 리서치를 통해 기존의 화법을 조사한 뒤에 기존과 비슷하게 갈 것인지, 완전히 반대로 뒤엎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편입니다.

BOYNEXTDOOR 〈Earth, Wind & Fire〉 뮤비 속 장면

에스파(aespa) 첫 정규 메인 타이틀 뮤직비디오 〈Armageddon〉(아마겟돈) 연출을 맡으셨어요. 특히 신들의 전쟁을 비유하는 커다란 날개의 여신상이 인상 깊었는데, 이처럼 강한 인상을 주는 아이템을 사용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셨나요?

우선 ‘아마겟돈’이라는 키워드 자체를 파악했어요. 아마겟돈의 사전적 의미부터, 이게 어떤 전쟁인지에 따라 캐릭터를 나눴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자료 조사를 마치면, 그다음부터는 분석적 사고 못지않게 직관(감각)의 영역도 중요해요. ‘윈터’라는 멤버는 전쟁 속에서 상징적인 행동을 하는 캐릭터로 설정했어요. 그 행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날개의 움직임이 떠올랐고, 날개가 펼쳐지며 활강하는 모습을 통해 아마겟돈의 전장을 누비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비주얼라이징 과정에서는 기존의 레진 소재가 주는 메탈릭한 인상이 반복되지 않기를 원했어요. 어딘가 기괴한 느낌이 들어가야 하지만, 순수 예술이 아닌 대중 예술인 뮤직비디오는 대중에게 불편하게 다가가도 안 되기에 친숙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레진을 선택했죠.

에스파 〈Armageddon〉 속 장면

리전드필름(Rigend Film)의 헤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간단하게는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어 가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키워드에서부터 콘셉트를 도출하고 기획을 짠 후, 아티스트 스타일링 등을 제안하고 최종 편집까지 전부 관여하게 되거든요. 실제로 BOYNEXTDOOR(보이넥스트도어)의 트레일러 영상을 작업할 때는 제가 음향 콘셉트(사운드 디자인)까지 짜서 넘겨준 적도 있어요. 프로젝트의 종류나 주제에 따라 제가 어디까지 직접 관여할 수 있는지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A부터 Z까지 끌고 가야 하니까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답니다. 

최근 뮤직비디오 촬영 과정에서 세트장의 문제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이 있으셨어요. 여러 사람을 이끄는 감독의 입장에서 중심을 잡고 촬영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감독님은 어떻게 촬영장의 돌발상황을 통제하시나요? 또한 구성원들과 어떻게 원활하게 소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흥분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에요. 파이팅 넘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불안감을 드러내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면 우왕좌왕하기보다 해결 방법부터 차갑게 생각하려 하죠. 그래도 10년 넘게 감독을 하다 보니, 사고가 터져도 어떻게든 살려낼 방법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힘듦의 강도가 다를 뿐이지, 언제든 해결책은 있다고 생각하니 많이 초연해지더라고요.

해결 과정에서 스태프들과 소통을 많이 해요. 현장 상황이 제 생각과는 다르게 준비가 되어 있으면 촬영은 그 안에서 최대한 잘 끝내고, 이후에 제가 원한 연출을 살릴 수 있도록 리서치를 해 보거나 다양한 효과를 활용하죠. 사고가 없으면 제일 좋겠지만 이미 발생한 문제라면,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촬영장 모습

레퍼런스를 ‘차용’하는 것과, 자신의 독창성을 만들 수 있도록 잘 ‘활용’하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요?

실무를 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기한이 너무 짧아서 순수 100% 창작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가능하다. 해도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거나 스태프들과 소통하기도 어렵고요. 레퍼런스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데, 그와 차별적인 ‘내 작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설정을 잘해야 해요. 예를 들어 눈동자에서 빛을 다루는 장면이 있으면, 비슷한 자료들을 찾긴 하지만 그 빛을 어떻게 정의할지부터 고민해요. 제가 내린 정의가 ‘잔광’이라 하면, 잔상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이 빛의 특성을 생각해 봐요. 밝은 빛을 봤을 때 따라오는 어렴풋이 보이는 잔광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시각화를 시작하는 거예요. 단순히 눈동자에 빛이 비치는 게 아니라, 잔상처럼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비틀어야 할까, 인물의 흔적이나 실루엣이 홍채처럼 이루어지게 그려볼까, 빛이 눈동자에 발자국처럼 쾅 박힐 수도 있게 해 볼까, 그런 식으로 하나의 콘셉트를 아주 깊게 파서 녹여내려고 하죠. 레퍼런스를 작업의 편의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는 있어도, 뼈대가 되는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파고들어서 스스로 구축해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승림 님은 어떤 작업을 하시는 게 가장 즐거우신가요?

저는 ‘What’을 선택하기 어려운 직군이에요. 내가 이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How’가 더 중요하죠.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위주로 이야기해 보자면, 고연차 그룹은 방향성이나 콘셉트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작업이 조금 더 쉬운 면이 있지만 이에 따라 접근할 때 제한성이 있는 편입니다. 반면 신인그룹은 제한성이 없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어요. 작업 방식에 있어 다른 부분은, 고연차 아이돌 그룹과 작업할 때는 이들이 ‘기존에 하지 않았던 것’이 뭔지를 파악하려 노력해요. 또한 세계관을 브랜딩하는 것, 즉 전체적인 것에 중점을 둡니다. 또한 신인 그룹은 ‘캐릭터라이징’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대중들에게 멤버들이 인식되게 해야 하는 만큼 피사체를 어필하는 데에 목적을 둡니다.

IVE(아이브)의 〈HEYA〉(해야) 뮤직비디오를 보면 실사와 2D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연출이 돋보여요. 애니메이션이나 스톱모션 등 타 분야에도 관심이 있으신지, 그 관심을 어떻게 뮤직비디오와 연결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 다양한 매체를 경험하며 인풋을 축적하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쓴다는 느낌이에요. 그러므로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HEYA> 같은 경우는, ‘한 끗’ 다른 포인트를 찾고자 했습니다. 지금까지 K-POP 뮤직비디오에서 애니메이션을 많이 써 왔는데도 <HEYA>가 유독 화제가 된 이유는, 박지윤 작가님의 한국적인 그림체와 동양화 기법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소녀들의 감성을 예쁘게만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를 썼다면 열광적인 반응이 오지 않았을 거예요. 이 그림이 들어가면 느낌이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이유가 있고 이해가 되는 일러스트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글을 쓸 줄 알아야 연출과 디렉팅도 잘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시각적인 새로움에 대한 답을 다른 시각적인 자극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본질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슨 일을 하든 이 일의 ‘핵심’이 뭔지를 생각하려 합니다.

IVE 〈HEYA〉 뮤비 속 장면

윤승림 님의 뮤직비디오는 초반부터 서사를 쌓아 올린 뒤 후반부에 폭발하는 스타일로 유명하신데요, 이러한 스타일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제 뮤직비디오가 후반부에 서사가 폭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곡에 기반하여 작업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저는 가사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전체적인 맥락을 읽고, 거기서 핵심적인 단어들만 사용하지, 가사를 한 줄 한 줄 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 팝을 많이 듣기도 했어요. 가사가 안 들리고 비트에만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곡이 가진 느낌에 충실한 연출이라,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또 다른 시그니처 중 하나는 음향 하나하나를 다 살리려 한다는 점이에요. 중간중간에 치고 빠지는 사소한 음향들을 편집으로 살리려고 노력합니다. 이게 사람들이 뮤비를 볼 때 쾌감을 느끼고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작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 윤승림 님만의 결단을 내리시는 특별한 기준이 있으실까요?

완성도가 가장 큰 기준입니다. 내가 만든 작업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쓰지 않습니다. 열심히 작업을 했어도 결과가 내 마음에 안 들면 개인 SNS에 올리지 않아서 저와 함께하는 새끼 감독님이나 디자이너에게 상처받지 말라는 말을 하곤 해요. ‘고생은 잠깐, 유튜브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또한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과정에서는 제 작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요. 단순히 우기는 게 아닌,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내 작업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해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보여주며 작업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LLAB(Elements Lab)라는 영상 연출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세요. 이를 통해 감독님께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시나요? 기존의 영상 아카데미와는 어떤 차별점을 두고자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LLAB의 장점은 현업에서 활발한 감독들이 튜터로서 참여한다는 것이에요. 또한 프로젝트와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만큼 온라인 클래스처럼 이론적인 부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아웃풋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죠.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LLAB 출신들이 엔터 계에 아주 많아요. 저는 이런 방식으로 이 업계에 저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요. 

LLAB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힘든 과정에서도 이게 내 작품이라는 마인드를 잊지 말고,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힘들기도 하겠고 엄청난 자기 확신이 필요하겠지만, 자기 자신을 갉아 먹으면서까지 달려야 하는 프로젝트는 없다고 생각해요.

LLAB 클래스

AI 산업의 발전으로 영상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윤승림 님은 이러한 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는 플랫폼이 다각화됐고, 자신의 작업과 창의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경로가 아주 많아요. 굳이 회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죠. 그런 시대인만큼 AI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AI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AI가 생기며 방법이 굉장히 간소화되었어요. 하지만 방법적인 도구로서 AI에 접근해야지, AI가 주는 시각적 새로움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AI를 이용해 기획 단계에서 전체 분위기를 잡기 위한 컨셉 아트를 뽑아내는 거예요. 단순히 후반부에 쓰는 효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요. 디자이너들이 챗GPT라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잘 연습해 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AI를 쓰면서 오히려 감독이라는 직업은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해요. 결국에 AI는 내가 설정한 방향대로 움직이는 친구니까요. 그 방향을 설계하는 건 감독의 역량인 만큼 자신의 취향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영상 분야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색을 가지기 위해서 추천하는 것이 있을까요?

디자인과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단 뭐든 만들어 보라는 것입니다. 머릿속에만 두지 말고, 뭐라도 만들어봐야 내가 이걸 잘 만드는구나, 이걸 만들 때 쾌감을 느끼는구나 알 수 있어요. 결과물을 두려워하며 시작을 망설이기보다 글이든, 그래픽이든, ai를 사용한 작업물이든 뭐든 상관없습니다.

현시점에서 윤승림 님의 다음 목표 및 꿈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요.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고민하고 있지만. 단순히 감독으로서만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제 다음 목표는 계속해서 스텝 업 해 나가는 거예요. 지금까지 해왔던 방향대로 스텝 업 할지, 새로운 방향으로 스텝 업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제 이름이 점점 알려지는 만큼 스타일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어 일부러 여러 장르를 시도하기도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장르가 제한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퍼포먼스를 해왔는데, 이제 그런 것에 너무 얽매이지 않기로 했어요. 이전 작업에 썼던 방법이라고 해서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해! 라는 강박을 버리고, 저 자신을 조금 더 믿으며 재미있게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 색을 여한 없이 보여줄 수 있는, 그렇지만 여전히 아티스트들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곧 릴리즈되는 신규 작업은 조금 더 제 개성이 드러나고, 스쳐 지나가며 봐도 ‘저건 윤승림이 했네.’하는 작업일 예정이에요. 에스파나 XG보다도 조금 더 거친 감성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앞으로는 제가 더 능동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운영하려 노력하려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저를 믿고 큰 제한 없이, 곡이랑 가사, 키워드 하나만 주시고 알아서 해 달라는 식으로 의뢰를 주시는 클라이언트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 분들과 함께 저의 창조성에 제약이 걸리지 않는 작업을 많이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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