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포푸리, 홍세인
일상의 관찰에서 출발해 유머러스한 내러티브를 풀어내는 스튜디오 포푸리의 홍세인 디자이너를 인터뷰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독립 출판과 리소그래피라는 매체를 통해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시각적 작업으로 완성되는지 탐구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기반의 그래픽 디자인 작업부터 리소그래피 인쇄 스튜디오 운영,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역할까지 겸비한 홍세인 디자이너의 작업 세계를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튜디오 포푸리(popurri)를 운영하고 있는 홍세인입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기반의 그래픽 디자인과 리소그래피 인쇄를 하고 있어요.
대학 시절은 어땠나요? 재미있는 일화나 좋았던 추억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대학교 2학년 때 소규모 프레스, 독립 출판, 진(ZINE) 같은 것들을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개인이 사적인 주제로 출판물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당시에는 굉장히 새롭고 낭만적으로 다가왔기에,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었던 유어마인드와 북소사이어티, 그리고 지금은 규모가 커진 언미리티드에디션과 퍼블리셔스 테이블 같은 국내의 북 페어를 많이 찾아다녔어요. 대학 생활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특히 4학년 때는 왜인지 먹고 사는 문제를 제쳐두고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에 졸업하지 않고 계속 학교에 남아 있고만 싶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거나 영향받은 전공 수업이 있다면 어떤 수업이었나요?
2학년 때 들었던 이찬호 선생님의 시각디자인 수업이 떠오릅니다. 지금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비슷한 형태의 수업이었는데, 각자 주어진 음악을 듣고 세 개의 키워드를 도출한 다음 그 키워드들을 기반으로 한 수십 개의 이미지를 합치고 합쳐서 하나의 음악 로고로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이전까지는 단순한 심볼이나 타입만이 로고라고 생각했는데 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까운 이미지도 로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고, 처음 시도해 보는 방식이라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키워드나 작업과 관련된 주요한 것들을 먼저 글로 정리하고, 이미지로 풀어내는 과정은 지금까지도 종종 사용하는 작업 방식이에요.
졸업 작품에서 처음 리소그래피를 본격적으로 시도하셨다고 들었는데, 작품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졸업 작품으로 〈꿈 기록기의 역사〉라는 그림책을 만들었어요. 꿈을 기록하는 가상의 기계를 상상하고, 그 기계가 발명되기까지의 과정과 쓰임새를 설명한 일종의 가짜 과학 도서 같은 그림책이에요. ‘사람은 일생 중 꽤 오랜 시간을 잠자는 데에 사용하는데, 꿈속에서의 삶과 꿈 밖에서의 삶을 연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4학년 여름방학 때 글을 쓰고, 2학기 내내 글과 함께 들어갈 일러스트 작업을 했어요. 그때는 졸업 후에 리소그래피 인쇄를 해보겠다고 어느 정도 결심했던 후라 졸업 작품도 리소그래피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리소그래피 인쇄를 할 수 있는 곳이 학교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따져도 거의 없었는데요, 코우너스에서 책 내지를 인쇄하고 닻프레스에서 양장 제본을 해서 책을 완성했습니다. 분판 작업이 익숙하지 않았던 때라 며칠 동안 파일을 가지고 혼자 실기실에서 씨름했던 기억이 납니다.
홍세인 님 작업을 보면 일상 속 자연스러운 애정이나 관심이 드러나요. 일상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의식적으로 하는 습관이나 관찰법이 있을까요?
저는 늘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궁금한 것도 많아요. 그중에 작업으로 풀면 재밌을 만한 것, 혹은 그 실마리라도 보이는 것들은 우선 대충이라도 메모해 두고 있습니다. 바로 작업이 되는 것은 아니고요. 보통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일종의 숙성 과정을 거치고 다시 꺼내어 사용하는 편입니다.

올해 작업한 『Cosmic Matryoshka Vol.2』도 2017년에 1편을 만든 후 그사이에 쌓아 둔 여러 생각들, 죽음 후에 무엇이 있는지, 두 개의 지구가 겹쳐 있다면 어떨지와 같은 상상을 모아서 8년 만에 만든 책이에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저는 인류가 결국 서로를 더 사랑하는 쪽으로 진화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잔인해지지 않기, 다름을 인정하기···. 이런 생각이 가끔 작업에 스며드는 것 같아요.

리소그래피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더불어, 색감이나 질감, 그리고 오차에서 발견되는 재미 등 홍세인 님이 느끼는 리소그래피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해 주세요.
대학생 시절에, '광택이 없는 인쇄'를 찾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매트하게 인쇄하는 방법은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특히 독립 출판물이나 작은 진들이 리소그래피로 인쇄된 경우가 많아서 리소그래피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개인이 꾸릴 수 있는 가장 작은 규모의 인쇄소라는 점도 재미있어서 졸업 후에 리소그래피 인쇄기를 사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했고요.
리소그래피에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지만 저는 의도하지 않는 텍스쳐가 작업 위에 덧입혀진다는 점을 가장 좋아해요. 이런 작업을 소량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고 생각해서, 스튜디오에서도 후가공이 들어가지 않은 작업은 한 장부터 인쇄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제한된 색상을 가진 리소그래피로 작업할 때는 색을 어떻게 해석하고 실험하시나요? 특히 농도나 중첩을 활용해 색 표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오히려 색의 제한이 작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가끔 무슨 색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될 때 리소그래피 컬러 차트를 펴놓고 그 안에서 색을 고르곤 해요. 농도를 다르게 해서 두 색 이상을 겹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컴퓨터상에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지만 정확하게는 여전히 저도 인쇄를 해봐야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여러 번의 테스트 인쇄를 거치며 컬러 선택이나 색의 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리소그래피를 오래 다루면서 발견한 팁이나 흥미로운 활용 방식이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에는 가공된 종이, 예를 들면 타공이나 접지가 먼저 들어간 종이에 인쇄해 보는 시도를 했어요. 제판된 마스터 용지를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도 실험해 보고 싶어요. 피부나 나무판자같이 종이가 아닌 다른 매체에 인쇄하는 식으로요.
기종마다 다르지만, 보통 A3의 중앙 25~30mm 정도를 비워서 파일을 만들면 레일 마크 없이 빠르게 인쇄가 가능한 점도 하나의 작은 팁으로 알려주고 싶어요. 교내 프린트실의 리소그래피 인쇄기 예약이 어렵다고 들어서, 건조 시간 없이 단시간 내 인쇄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처음 리소그래피 인쇄를 시작했을 때는 리소그래피 작업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들, 예를 들면 핀이 어긋난다거나 레일 마크가 생기는 것들을 없애고 가리려고 애썼어요. 필요한 수량보다 많이 인쇄해서 핀이 어긋난 것은 버리고, 얼룩진 부분은 하나하나 지우개로 지우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문제는 아무리 좋은 기계를 쓰고 조심해서 작업해도 반드시 발생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억지로 없애기보다는 티 나지 않게 작업 파일을 만드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을 점점 깨달았습니다. 작은 부분은 색상을 통일하거나, 재단이 조금 어긋나도 괜찮게 여백을 넓히거나 하는···. 어느 정도의 오차와 번짐은 리소그래피의 자연스러운 매력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처음부터 일러스트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어떻게 찾아나가셨나요?
제가 상상한 서사나 세계관 같은 것을 가장 직관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일러스트라고 생각해서 점점 관심이 생겼어요. 일러스트 작업에서 눈 모양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을 엄청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려보았던 기억이 나요. 3학년 때 이연준 교수님 수업에서 그림 스타일에 대해 칭찬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교수님은 기억 안 나실 수 있지만 그 후에 더 재미를 붙이고 작업하게 됐어요. 아직도 정말 감사해요.
일상적인 순간이나 장면에 이야기를 부여할 때, 어떤 요소에 가장 집중해서 내러티브를 시각적으로 풀어내시나요?
가끔 작업을 설명할 때 증강 현실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현실의 장면을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그 위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하나 더 얹는 식으로 상상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겪었던 사건에 엉뚱한 전개나 이상한 결말을 가져다 붙이기도 하고요. 유머러스하고 익숙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상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작업의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 관찰 외에도 특별히 영향받는 작가나 작품이 있을까요?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일단 그동안 써놓았던 수많은 메모를 뒤적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때그때 떠올린 한 줄짜리 상상이나 단편적인 문장들이 메모장에 쌓여있어서, 그걸 모아서 다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보는 편입니다.
올해 5월 항저우에서 열린 Open M 아트 페어*에 참여하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최근 중국에서 ISBN을 발급받지 않은 책은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대부분의 중국 내 아트 북 페어 행사는 제본된 책을 판매하지 못하는 형태로 바뀌었어요. Open M 아트 페어도 그중 하나였는데, 오히려 '책이 아닌 책'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 흥미로웠어요. 제본하지 않은 낱장의 페이지를 포스터처럼 묶은 작업이나, 구멍이 뚫린 가방인데 접으면 책 모양이 되는 것도 있었어요. 어떤 특정한 형태를 갖추어야만 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다른 모양의 읽기 경험을 주는 것만으로 책이 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이 되었어요.
* Open M 아트 페어 : a not b but C가 항저우에서 개최한 국제 아트 페어.
매년 캘린더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 가장 마음에 드신 캘린더 작업이 있나요? 새해 캘린더 계획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30칸 내외로 제한된 달력의 칸이 제가 상상한 짧은 이야기를 풀어내기 좋겠다고 생각하고 캘린더 작업을 시작했어요. 처음 몇 번은 달력의 형태였다가, 한 장씩 뜯어 쓰는 일력의 형태로도 시도해 보고, 달력이 한 해 쓰고 버려지는 게 아까워서 요일을 움직일 수 있는 만년 달력으로도 만들어 보았어요. 사실 저는 달력으로써 기능하며 잘 쓰이는 것보다는 칸 안에 넣은 이야기를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는데요. 막상 페어에 나가거나 매체에서 캘린더 작업을 소개할 때 저조차도 기능적인 측면을 우선해서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새 캘린더를 만들지 않고, 예전처럼 글이 들어간 그림책을 작업해 보았어요. 30칸의 이야기로 풀어낼 만한 것들이 쌓이면 또 캘린더를 만들어 볼 것 같은데, 우선 2026년 캘린더는 계획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만든 만년 달력 두 번째 버전, 〈Endless 21st Century Calendar Vol. 2〉 에서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를 꼽자면 ‘똥’, ‘꽁치 김밥과 절단 마술’, ‘어떤 죽음’이에요. '똥'은 저희 집 강아지 밀레가 산책하면서 싼 똥 사진으로 만든 이야기인데요. 똥 모양에서 재밌는 형태를 찾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몇 년간 똥 사진을 모았거든요. 맛보기처럼 캘린더에서 먼저 이 사진을 쓰게 되었어요. 산책하던 밀레가 여러가지 모양으로 똥을 싸는데, 거기서 '북서쪽으로 가시오.', '20미터 더 가시오.'와 같은 메시지를 읽어내고 그대로 따라가다가 비밀 공간을 찾는 내용이에요.
'꽁치 김밥과 절단 마술'은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가 통으로 꽁치가 들어간, 조금은 잔인하게 보이는 꽁치 김밥을 보고 한 생각이에요. 마술쇼 중에 사람이 누운 상자를 큰 칼로 잘라서 분리시켰다가 다시 붙이는 마술이 있잖아요, 그 안에 꽁치 김밥을 넣어서 꽁치를 살리는 상상을 해보았어요.
'어떤 죽음'은 다른 책에서도 보여준 적 있는 환생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환생이 내가 죽어서 어떤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는, 일대일로 육체가 바뀌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저는 생명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고, 흙에서 난 무언가가 또 다른 생명의 일부가 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모습을 환생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반복을 시간순으로 담아놓은 그림입니다.
보는 재미가 있는 작업을 만드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홍세인 님께서는 반대로 어떤 작업물을 봤을 때 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수업 시간 중에, 책이 몇 퍼센트 정도 마음에 들면 구매하느냐는 식의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작업마다 재미있게 보는 지점이 다 달라서 하나의 기준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하고 싶네요. 다만 창작자가 직접 그 작업에 관해 설명해 줄 때, 작업의 의도나 재미를 더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페어에서 직접 작업을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포푸리 스튜디오와 작업실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작업실을 꽤 오래 사용하다가 24년 6월에 지금의 공간으로 이사를 왔어요. 목공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 misiio와 작업실을 반씩 나눠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하로 내려온 대신에 공간이 꽤 넓어져서 반만 사용해도 혼자 쓰기에는 넉넉한 편이에요. 하지만 일이 바빠지거나 북 페어 같은 이벤트가 있을 때는 눈 깜짝할 새에 온갖 인쇄물과 박스로 가득 차버려서 주기적으로 비우고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1인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특히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포푸리에서 비교적 다양한 종류의 일을 혼자 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일이 한 번에 몰려서 바빠질 때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아직 혼자 하는 게 익숙하고 좋은데,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누군가와 같이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임과 동시에, 의뢰받은 작품을 인쇄해 주시는 스튜디오 운영자이신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의뢰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리소그래피 인쇄는 다른 디지털 프린트와 다르게 색상별로 파일을 분리하고, 흑백으로 변환하는 등의 과정이 꼭 필요해요. 그렇기에 인쇄용 파일을 열어보면 그 작업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마주하는 느낌이 있어서인지 어떤 작업이든 더 가깝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어요. 친밀감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요.
의뢰받은 것은 아니지만 12월에 2학년 일러스트레이션(2) 다섯 반이 연합해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여는데요. 저희 반은 A3 리소그래피 포스터를 만들어서 판매하기로 했어요. 이번 주에 작업실에 모여 다 같이 작업하고 스물여섯 명의 포스터를 인쇄해야 합니다. 벽면에 모아 붙이면 멋질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소식지는 마켓이 끝나고 전해지겠지만 많이 와서 봐주면 좋겠어요.
교수직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합니다. 교육자로서 수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짧은 과정의 워크숍 진행은 꽤 많이 경험을 쌓았지만, 한 학기 동안 긴 호흡으로 수업한다는 게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나에게 뭘 얻어갈 수 있을까?’ 같은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때 제가 학교에서 들었던 수업 중 무엇이 좋았는지 떠올려 보았는데, 과정은 힘들어도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나왔던 수업들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계획이나 아이디어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완결된 작업이 나오도록 도와주려 해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 모두 2학년 수업인데, 2학년은 아직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탐구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만의 개성과 작업 방식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스타일, 다양한 매체의 인쇄물을 매주 챙겨가서 보여주고 있고, 일상에서 촬영한 사진을 편집하고 조합해서 이미지 만들기, 랜덤으로 뽑아낸 세 개의 단어로 짧은 글 짓기, 작업 노트 써보기 같은 여러 방법을 제안하고 시도해 보았어요. 1년간 수업을 하면서 저도 학생들에게 배운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무언가를 지도해서 이끌어 준다기보다는 같이 작업한다는 느낌으로 함께 하고 있어요.
리소 인쇄물 도서관을 운영해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에 대한 계획이 여전히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혹은 앞으로의 스튜디오 운영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여전히 도서관 같은 공간 운영을 꿈꾸고 있답니다. 다만 그 전에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책에 간단한 소개 글이 담긴 캡션을 붙이고, 어떤 식으로든 카테고리를 나누어 보기 편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먼저 하고 싶어요.
과정의 번거로움이나 접근성 때문에 리소그래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쇄를 시도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리소그래피를 접하는 학생들이 이 인쇄 기법에 어떻게 접근해 보면 좋을까요?
리소그래피는 모니터로 보는 것과 실제 인쇄물로 나왔을 때 느낌도 많이 다르고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이 있어서, 아주 간단한 작업이라도 분판부터 인쇄까지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해요. 올해도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같은 여러 국공립 기관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무료이기도 하고, 짧은 시간 안에 가볍게 경험해 보기 좋아서 리소그래피가 처음이라면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앞으로의 포푸리와 홍세인 님의 작업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보는 사람과 저 자신 모두에게 재미있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홍익시디 소식지를 보시는 분들께 좋은 말씀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