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인터랙션 디자이너, 정유경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의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비주얼 인터랙션 디자이너, 정유경 님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XR과 AI를 비롯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과 선행 디자인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협업, 그리고 기술을 사람을 위한 경험으로 연결하는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끊임없는 실험 속에서 인터페이스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가는 정유경 디자이너의 작업 세계를 만나보세요.

정유경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삼성전자 CDO*에서 비주얼 인터랙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18학번 정유경입니다. 평소에는 메일로 소식지를 받아보던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인터뷰로 인사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 CDO : Corporate Design Office

삼성전자 CDO는 어떤 부서이며, 이곳에서 맡고 계신 역할은 무엇인가요?

CDO는 삼성전자의 선행 디자인을 담당하는 조직입니다. 출시가 확정된 제품보다는 아직 사업화되지 않은 중장기 미래의 제품과 기회를 발굴하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실험적으로 탐색하는 디자인의 비중이 훨씬 높은 편입니다. XR, 로봇, AI 프로덕트 같은 영역들을 다룬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도 제가 속한 FD&I*팀은 제품 디자이너, UX/UI 디자이너, 개발자가 한 조직 안에 모여 있어서 직군 간의 거리가 굉장히 가깝고 협업이 밀접한 게 특징이에요. 저는 그 안에서 비주얼 인터랙션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디스플레이 형태에 대한 UI 디자인과 인터랙션 프로토타이핑 작업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 FD&I : Future Design & Innovation

학창 시절부터 UX/UI 디자인을 공부하셨나요?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입학 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제가 입학하던 시기가 어떻게 보면 UX라는 분야 자체가 이제 막 정립되고 안정화되어 가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앱 디자인 시장이 커지면서 성공한 서비스의 UX 사례들이 쏟아졌고, 그런 내용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1학년 때부터 프로토에 들어가서 활동하고, 저보다 먼저 UX/UI를 공부하고 있는 선배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진로에 대한 확신이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전공수업이 있나요?

여러 수업이 떠오르는데, 정말 저한테 많은 영향을 줬던 수업을 고르자면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윤재영 교수님의 ‘디자인 리서치’ 수업이에요. 워낙 유명한 수업이기도 해서 굉장히 기대하면서 처절하게 수강 신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UX/UI를 학교 밖에서 공부하려고 하면 방법론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폰트 사이즈는 얼마가 좋다’ 식의 굉장히 표면적인 가르침이 많은데, 디자인 방법론을 알고 있으면 사용자에게 필요한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훨씬 탄탄하게 고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디자인하는 인터페이스가 패턴화된 모바일 앱에서 끝나지는 않으니까요. 한 학기 동안 체계적으로 방법론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수업이 흔하지 않아서, 실무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두 번째는 데이비드 홀 교수님의 인터랙션 디자인 수업이에요. 윤재영 교수님 수업이 지식을 탄탄하게 쌓는 수업이었다면, 이건 머리를 말랑하게 풀어주는 수업이었어요. 한 주는 과제 리뷰를 하고, 한 주는 그때그때 화두가 되던 테크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AI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게 기억나요. 지금처럼 발전된 게 아니라 정말 엉망진창인 초기 모델이었는데, 이 기술에 대해 디자이너가 어떻게 적응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했었어요. 그때 나눴던 이야기가 지금도 종종 생각나고, 또 지나고 보니 맞는 것들이 많아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삼성디자인멤버십과 네이버 인턴십에 참여하셨는데, 당시의 경험이 취업이나 실무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입사 전에 네이버 디자인 캠프에서 10개월간 인턴십을 했고, 이어서 삼성디자인멤버십에서 2년간 활동하다가 지금의 회사로 입사하게 되었어요.

네이버 디자인 캠프는 원래는 일본에 가서 라인에 다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하필 그해에 코로나가 터져서 한국에서 진행하게 됐어요. 디자인을 넘어서 프로덕트로 인터페이스를 본다는 게 어떤 건지를 배웠던 것 같아요.

이후에 들어간 삼성디자인멤버십은 또 전혀 다른 분위기였어요. 제품 디자이너들이 함께 있고, 제조회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멤버십이다 보니 모바일을 넘어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온 친구들과 팀 프로젝트나 전시도 했고요. 무엇보다 산학 협력 과제를 많이 할 수 있었는데, 그 덕에 새로운 기술과 실험적인 과제를 학생 신분으로 더 많이 접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이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저한테는 모바일 프로덕트보다는 좀 더 비정형적인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일이 즐거움이 크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삼성디자인멤버십 코스 중 M.E.P 전시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 XR 디바이스가 공개되었는데요. XR 환경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XR 기술이 생소한 학생들을 위해 XR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환경 안에서 UX/UI 디자인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XR(Extended Reality)은 사용자가 현실 공간을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보고 만지고 움직이는 모든 경험(VR, AR 등)을 포함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존 모바일 UI는 ‘평면 위에서 손가락으로 터치하고 스크롤 한다’는 굉장히 단단한 전제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 위에 익숙한 문법이 쌓여 있었던 데 비해, XR은 실제 사용자의 환경과 전신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넓어요. 그래서 XR에서의 UX/UI는 모바일에 비해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의 위계나 몸을 움직였을 때 일어나는 변화처럼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XR 환경에서는 터치와 스크롤 중심의 기존 모바일 UI 문법이 시선·몸짓·공간 이동 등으로 확장되는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님께서는 XR 환경에서 새로운 인터랙션 방식을 어떤 기준으로 설계하고, 많은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의 단서를 어떻게 만들어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졸업 작품을 할 때 현실의 실제 행위에서 XR 환경의 NUI* 인터랙션을 가져와 적용해 보는 작업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XR 디바이스들의 핸드 트래킹이 거의 안 되고 컨트롤러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사용자가 현실에서 이미 하는 행동을 그대로 인터페이스 안으로 끌어오는 것 자체가 중요한 단서였어요. 사용자가 굳이 배우지 않아도 그 공간에 들어선 순간 여기서는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를 시각적으로 먼저 느끼게 만드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XR 디바이스가 발전하고 다양해져서 NUI가 당연하고 익숙한 환경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에서의 작업은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현실에서 이어진 인터랙션보다는 ‘XR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찾는 데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XR의 가장 큰 특징은 Z축이 확장된 공간감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몰입감을 높이는 경험을 설계하는 데에 고민을 많이 쏟았던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작업했던 부분은 아직 사내에서만 활용되고 있어 외부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갤럭시 XR에 적용된 경험 대부분에 그런 고민의 흔적들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 NUI : Natural User Interface, 사용자가 특별한 학습 없이도 자신의 목소리, 몸짓(제스처), 시선 등을 이용해 기기를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인터페이스 기술

Galaxy XR

이번 2026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전시 제품과 화면을 디자인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으셨는지, 또 전시라는 특수한 환경 안에서 특히 중요하게 고민하셨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밀라노 전시에서는 ‘HMD* 없이 현실과 연결된 인터페이스’를 고민하던 기존 과제들을 전시 환경에 맞춰 재구성한 것이었어요. 그중에서 저는 프로젝터를 활용한 MDE(Multi Device Environment) 시나리오, 그리고 3D 사이니지를 활용한 AI 아바타 시나리오를 작업했습니다.

UX 시나리오를 짜는 것에서 시작해서, UI와 추가로 필요한 그래픽 요소들은 AI로 직접 만들었어요. 특히 AI 시나리오에는 실물 사이즈의 다양한 아바타가 들어가야 했는데, 그걸 직접 제작하고 그 위에 UI까지 얹는 작업이 정말 진땀 빼는 작업이었어요.

전시 환경은 실제 사용 환경과 다르게, 관람객들이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고 휙휙 지나가는 환경이라는 점이 큰 고려 요소였어요. 기존 과제에서는 인터랙션과 사용 시나리오 내에서의 디테일에 집중했다면, 전시에서는 어떤 타이밍에 들어와서 보더라도 이 서비스의 맥락과 인터페이스가 이해되는 씬을 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 HMD : Head-Mounted Display, 머리에 착용하여 눈앞에 화면을 직접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기기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의 개성과 다양성을 확장하는 매개로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유경 님께서는 이번 전시에서 디자인과 사람이 어떻게 상호작용한다고 느끼셨는지, 또 어떤 순간에 그것이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전시에 들어간 시나리오들은 전반적으로 ‘개인화’에 집중되어 있어요. 정해진 인터페이스가 사용자에게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맥락이나 취향에 따라 인터페이스 자체가 다르게 반응하는 시나리오를 담은 작업들이 많았어요. 기기가 연결되었을 때 맥락에 맞게 변화하는 인터페이스나, AI로 제작된 아바타 어시스턴트가 다양한 인종과 형태로 모핑*되며 변화하는 모습이 그 예인 것 같아요.

전시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데, 퍼스널 아바타가 모핑되며 변화할 때, 어떤 여자아이가 자기와 키가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자 폴짝폴짝 뛰던 장면이에요. 전시로 연출된 장면 안에서도 자기에게 맞는 인터페이스 형상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이, 뭔가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 모핑: Morphing, 서로 다른 형상의 이미지를 변환할 때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하여 사용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법

2026 MDW Samsung

XR이나 인터랙티브 환경에서는 디자인뿐 아니라 기술에 대한 이해 역시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습니다. 실제 업무 과정에서는 디자인 감각과 기술 이해도 사이에서 어떻게 비중을 두시는지, 또 디자이너로서 기술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정말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선행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들 중에도 기술 이해도가 낮은 분들이 종종 있어요.

결국 기술 이해도는 디자인의 한계나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기술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어떤 디자인이 가능한지, 그게 안 될 때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거든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품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고, 그러면 그 제품에 맞는 경험 디자인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에게도 테크에 대한 공부는 필수예요. 코딩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어디서 가능성이 열리고 어디서 막히는지를 한 번이라도 짚어두면 작업할 때의 시야가 훨씬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인터랙션이나 사용자 경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주로 어떤 방식으로 리서치를 하시는지, 이때 중요하게 관찰하시거나 참고에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고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다시 많이 보게 돼요. 아직 정형화되지 않았을 때 오롯이 상상력에서 나온 인터페이스들이 정말 많이 등장해서 영감을 받아요. 특히 모바일이 아닌 비정형 인터랙션을 고안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영감을 얻은 비주얼을 사용성을 고려한 형태로 정제한 뒤, 개발자와 빠르게 POC*를 만들어 직접 써보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머릿속으로 예상한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이 너무 다를 때가 많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일단 만들어서 써보는 게 가장 빠른 리서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XR 작업을 할 때는 사무실의 모두가 하루 종일 일어나서 모니터와 HMD 화면을 번갈아 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POC: Proof of Concept, 레퍼런스가 없거나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신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에 대한 기능과 성능을 검증하는 단계

실제 업무의 단계별 작업에서 AI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계신가요? 또 이러한 변화가 작업 범위나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리서치 단계에서는 당연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그 외에도 생성형 AI를 정말 폭넓게 활용합니다.

저는 Visual UI 작업 중 GUI*를 제외한 모션이나 그래픽이 필요한 상황에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웃소싱*으로 진행했던 작업들이었는데, 팀 내에 캔버스형 AI 환경이 구축되면서 이제는 내부에서 대부분 직접 진행하고 있습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결과물에 기대하는 디테일이 생각보다 높아서, UI가 깨지면 안 되고, 등장하는 인물이나 환경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하고, 제품 디테일도 살아 있어야 해서 단순히 텍스트 프롬프트를 넣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툴과 모델을 함께 다루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바빠지긴 했지만, 새로운 툴을 실무에 활용해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때 즐겁기도 합니다. 조각조각 나뉘어 있던 과정들이 온전히 제 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고 컨트롤된다는 만족감도 있어요.

* GUI: 컴퓨터 그래픽 기능을 사용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 아웃소싱: Outsourcing, 기업 업무의 일부 부문이나 과정을 경영 효과 및 효율의 극대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삼자에게 위탁해 처리하는 것

제품, UX/UI,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자가 한 조직 안에서 함께 움직인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실제 협업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비주얼 인터랙션 디자이너로서 GUI와 인터랙션에 관한 전반적인 작업, 그리고 프론트엔드까지 직접 다루기도 해요. XR 피드백 인터랙션에서는 디자인 가이드만으로 개발자가 만들어주는 디테일한 인터페이스나 모션이 한 번에 의도대로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Unity로 직접 프로토타이핑하며 진행했어요. 밀라노 작업 때는 제품 디자이너와 함께 3D 프린터로 환경을 실제로 구현해두고 현실 공간에 UI를 띄워보면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프로토타이핑을 위해 임시로 빠르게 개발해두면, 나중에 개발자분들이 깔끔하게 다시 짜주시긴 합니다. 다만 의도한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을 확인하고 구현하는 과정까지 디자이너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선행 디자인 조직에서는 아직 정답이 없는 영역을 실험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이나 사용자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발견하고 발전시키시는지 궁금합니다.

UX/UI 분야는 다른 디자인에 비해 단단한 방법론을 따를 수 있는 편이지만, 선행 영역에서는 결국 기존 사례에서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한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혀 다른 곳에서 아이디어를 끌어오는 것이 해결책이 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상 작업을 하시던 분이 예전에 전시에서 쓰던 아나몰픽 기법을 XR 환경에 활용한다거나,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리깅을 액추에이터에 적용해 로봇의 독창적인 모션을 구현해본다거나 하는 식이에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인만큼, 각 분야의 지식을 모아 일단 만들어보고 거기서 문제를 찾아 다시 도전하는 방식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일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직군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협업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태도나 소통 방식이 있으신가요?

다들 각자의 영역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달라서 소통이 어려울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상대방의 전문성을 믿고, 그 부분은 전적으로 맡기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함께 일하다 보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이렇게 디자인하면 최적화가 안 되겠죠?'라며 개발 얘기를 하고 있고, 개발자도 제가 모션 그래프를 따로 전달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혼자 모션을 넣어두신 적이 있어요. '나도 모르게 손이 모션을 짜고 있더라'고 하시면서요. 시행착오를 함께 겪으면서 점점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변화와 실험이 많은 업무 특성상 시행착오나 어려움도 많을 것 같습니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이를 돌파하는 정유경 님만의 해결 방식이 있으신가요?

열심히 과제를 진행해도 출시까지 가지 못하고 엎어지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선행 조직의 가장 큰 딜레마인 것 같아요. 한 해를 열심히 보낸 과제가 조용히 사라지는 걸 보면 의욕이 꺾일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나만의 마무리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팀원들과 해마다 과제에서 발굴했던 주요 피처나 내용을 특허로 제출하면서, 조금씩이라도 고민의 흔적을 남겨두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상 속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관찰하게 되는 사용자 경험이나 인터페이스가 있으신가요? 최근 인상 깊게 보았던 제품이나 경험했던 것이 있다면 함께 듣고 싶습니다.

의외로 아주 작은 화면의 인터페이스입니다. 해상도도 낮고 기본적인 기능만 하는 기계에 달린, 못생기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집중해서 볼 때가 많아요. AI처럼 복잡한 개념들이 많아지고 인터페이스가 점점 화려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런 화면을 보면 인터페이스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제품은 스타보이(Starboy)예요. AI 컴패니언*을 영리하게 풀어낸 제품입니다. 눈 디자인과 모션만으로 카메라, 온도 같은 다양한 센서 정보를 아주 간결하게 표현해내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표현을 덜어내면서도 직관적인 방향으로 인터페이스를 풀어낸 부분이 좋았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기능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복잡해지는 사용자 경험을 생각하면, 이런 간결한 인터페이스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 AI 컴패니언: 인간과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업무 외 시간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작업에 영향을 주는 취향이나 관심사가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챙겨봐요. 팀원들도 비슷한 걸 좋아해서 같이 보기도 하고, 워크숍 때 공유하기도 해요. 그 자체로 리프레시가 되는 시간이에요.

현시점에서 정유경 님의 다음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요?

지금이 정말 격변기의 한가운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디자이너로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떤 공부를 더 해야 할지 고민이기도 해요. 'UX/UI'로 정의되어 있던 이 직무 자체도 점점 넓어지고 있고요.

그래서 지금 시점의 목표는,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로서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계속 찾아가는 것입니다.

정유경 님과 같은 분야를 목표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이 되는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UX/UI 분야는 정말 다양한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안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폭넓게 경험해보고, 그 경험들을 나만의 디자인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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